[르포]국가 발전의 '심장' 드디어 우리 기술로…두산重이 해냈다

[르포]국가 발전의 '심장' 드디어 우리 기술로…두산重이 해냈다

창원(경남)=안정준 기자
2019.09.19 09:00

두산중공업 한국 최초 가스터빈 최종조립…10兆 수입대체 효과에 연 3만명 고용창출 기대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18일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 직원들이 18일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의 최종조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두산중공업

수 백 개의 금속 날개(블레이드)가 촘촘히 박힌 거대한 회전체(로터)가 크레인에 매달려 서서히 내려왔다. 항공기 제트엔진의 속살을 연상케 한 이 회전체를 8명의 작업자가 하부구조물에 고정하는 작업을 마무리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난 18일 한국 최초 발전용 가스터빈이두산중공업(101,300원 ▲6,400 +6.74%)창원공장에서 완성된 순간이었다.

가스터빈 프로젝트를 총괄한 목진원 두산중공업 파워서비스 BG장(부사장)의 얼굴은 상기됐다. 그는 "기쁘다"는 말 대신,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제트엔진 기술을 쌓아온 국가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길이라는 지적을 수 없이 들었다"며 과거를 떠올렸다.

가스터빈은 발전소의 심장이다. 액화천연가스(LNG)를 태워 발생한 고온·고압의 연소가스가 가스터빈의 블레이드를 밀어 회전시킬 때 발생한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주는 설비다. 항공기 제트엔진과 비슷한 구조다.

발전소가 쉼 없이 돌아가는 수십년간 블레이드는 섭씨 1500도가 넘는 고온을 견뎌야 하고 본체는 마하 1.3(시속 1500km)의 속도로 회전하는 블레이드의 진동을 머리카락 두 개 굵기 이하로 잡아둬야 한다.

그래서 가스터빈은 '기계공학의 꽃'으로 통하며 이를 독자기술로 개발·생산하는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외에 없다. 모두 2차 세계대전부터 제트엔진 기술을 키워온 국가이자 G7(주요7개국)의 핵심이다.

두산중공업도 처음에는 인수합병(M&A)으로 이 기술을 가져오려 했다. 목 부사장은 "이탈리아의 한 업체를 인수하려 했고 2012년 최종 합의까지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합의는 무산됐다. 이탈리아 정부가 '핵심 전략자산'을 넘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결국 자체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말이 회사 내부에서도 나왔지만, 밀어붙였다. 현재 국내 발전소에서 운영되는 가스터빈 149기가 모두 수입 제품이다. 구매비용만 8조원.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12조원이 넘는 돈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바꿔말하면 개발에 성공할 경우, 두산중공업에는 국내에서만 그만큼의 시장이 열리는 셈이었다.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2013년부터 정부와 함께 한국형 표준 가스터빈 개발 국책과제를 진행했다. 여기에 230여개 중소·중견기업과 21개 대학이 힘을 보탰다. 두산중공업은 1조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목 부사장은 이날 최종 조립된 그 결과물을 "한국형 가스터빈"이라고 불렀다.

창원에서 탄생한 한국형 가스터빈은 이제 자체 성능시험과 설치 및 시운전을 거쳐 2023년부터 상업운전에 돌입하게 된다. 이 가스터빈 내부에는 450개가 넘는 블레이드가 적용됐는데 블레이드 1개 가격이 중형차 1대 가격과 맞먹을 만큼 부가가치가 높다.

두산중공업은 우선 국내에서 약 10조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한다. 2026년까지는 세계 가스터빈 시장 점유율 7%를 겨냥했다. 미국과 중동이 핵심 수출시장으로 지목됐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은 "그동안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노력을 기울였는데 매우 중대한 결실을 맺었다"며 "수많은 중소·중견 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개발과제 참여 16개, 가공 54개, 소재 17개, 보조기기 10개, 기자재 141개 업체가 최종 조립 단계까지 구축된 '가스터빈 생태계'다. 두산중공업은 이 생태계가 연간 3만명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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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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