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n수소'가 그린 청정미래]천연가스 보고 북부지역 지진·개발불균형 논란에 '그린수소 허브' 전환 유도
지난해 11월 2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약 3시간을 차로 달려 북부 흐로닝언에 접어들자 광활한 농촌 평야 한가운데 비밀스러운 대형 가스 저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저장 단지 주변을 5000여 개의 태양광 패널이 울타리처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국영 천연가스 유통 기업 가스유니(Gasunie)가 조성한 태양광 활용 그린수소 생산 기지 '하이스톡(Hystock)'이다.
◇천연가스의 보고 北네덜란드, '그린수소 허브'로 탈바꿈=총 3MW급 규모인데, 태양광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로 수소를 생산하고 있었다. 현재 수소 생산량은 1MW이지만 유럽 최초, 최대 규모다.
지난 6월 하이스톡 개관식에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직접 축하 방문을 했을 정도로 그린 수소는 네덜란드의 국가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럽은 물론 호주·일본·중국·브라질 등 해외 수소 기업·기관에서도 하이스톡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지하 가스 저장소를 수소 저장 시설로 전환하는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생산된 수소 판매는 이미 시작됐고, 3월에는 인근에 이곳에서 추출한 그린 수소를 활용한 수소충전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피터 욘 스테하우어 네덜란드 '하이스톡' 프로젝트 담당자는 "과거 풍차 한 대를 마을의 모든 농부들이 공유했듯이 우리 수전해 시설이 그린 수소 허브 역할을 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유럽 내에서 독일에 이은 두 번째 수소 에너지 생산국(연간 80억㎥ 규모)이다. 얼마 전까지 생산 수소의 90% 이상을 천연 가스 개질을 통해 만들어왔지만, 차츰 그린 수소 생산으로 무게 추를 옮겨가고 있다. 이제 그레이는 물론 블루 수소마저 '탄소 배출 가능성'이 있다고 배제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가스유니와 마찬가지로 네덜런드의 글로벌 석유기업 '로열 더치 쉘' 등 기존 화석 연료 에너지 기업들이 수소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쉘은 독일에서 다수의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태양광·풍력 활용한 그린수소…운송수단 확대에도 관심 기울여=헤랄드 반 페이케렌 가스유니 디렉터는 "네덜란드는 환경 특성상 풍력 발전을 주로 사용할 텐데 태양광보다 예측이 어려운 면이 있다"며 "에너지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저장할 것인가를 고려하다가 태양광 그린 수소를 대안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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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델란드에서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주도로 2018년 5월 23개 수소 관련 기업·기관이 '그린수소 동맹'을 체결했다. 이산화탄소 감축을 실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위해 그린 수소에 투자한다는 협의였다.

흐로닝언주와 드렌터주·프리슬란트주를 잇는 북부 네덜란드 지역은 2030년까지 매년 수소 27만톤 생산을 목표로 한다. 16만 톤은 풍력을 통한 전기 수전해 방식으로, 10만 톤은 바이오매스의 가스화를 통해, 나머지 1만 톤은 태양광을 통한 수전해 방식으로 그린 수소를 만들 계획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수소를 메탄올·암모니아로 생산하거나(12만톤),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출(10만톤)하고, 일부는 수소차·버스·기차용(3만톤) 그리드 순환 및 난방(2만톤)용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네덜란드 내 수소 kg 당 가격은 10유로가 넘는데, 장기적으로 2~3유로까지 낮출 계획이다.
북서부 비링에르메이르에는 세계 최초의 수소 풍력 터빈이 설치될 계획이다. 4.8MW의 수소 풍력 터빈이 전기 분해 기술과 통합돼 수소를 더욱 낮은 가격에 생산한다.
이런 움직임은 '생존'과 직결돼있다. 네덜란드 북부 지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자랑한다. 하지만 대규모 시추 작업으로 잦은 지진이 발생한데다 파리협정으로 탈 탄소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그린 수소'로의 전환을 꾀하게 된 것이다.
네덜란드 전역은 물론 인근 독일과 벨기에까지 혈관처럼 촘촘히 깔린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수소 혈맥'으로 대체,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하는 만큼 투자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우보 에버츠 네덜란드 북부 투자청(NOM) 해외 담당자는 "네덜란드 전 세계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선두 주자"라며 "수소 생산을 위해 필요한 신재생 에너지도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서남부(암스테르담·로테르담·헤이그)에 비해 개발이 덜 이뤄진 북부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한 정치적 의도도 깔려있다. 이곳엔 노후화된 디젤 엔진 열차를 수소기차(총 50대)로 바꾸려는 실증 사업도 이뤄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수소버스 1300대를 운영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 같은 구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경상도 크기만한 네덜란드(면적 4만1526㎢)는 △북부 그린 수소 밸리 △중부 수소 부품·장비 기술 클러스터 △서남부 로테르담 석유화학공단의 수소생산·유통기지와 함께 '수소 삼각 편대'를 이루는 모양새가 된다.
◇유럽의 가스 허브 네덜란드…수소허브로 도약 노려=네덜란드 중부 아른헴에는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 업체인 네드스택(Nedstack) △고순도 수소 추출기 업체 하이기어(HyGear)와 △차량용 연료전지 시스템 설계업체 하이무브(HyMove) 등 수소 기술 기업이 집결해 있다.
룰 반 데 파스 네드스택 CCO(최고상업책임자)는 "네덜란드는 그동안 유럽의 가스 허브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 수소 운송 수단이 확대됨에 따라 네덜란드가 수소 허브로서의 명맥을 이어 나가자는 정책적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선 2025년 내연 기관차의 신차 판매 금지를 추진할 정도로 수송 수단 탄소 배출 규제에 강경한 입장이다.
신동환 현대차 네덜란드 법인장은 "네덜란드 정부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 의지가 많고, 특히 수소트럭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완성차 기업이 없다 보니 (일자리 변화 부담 등이 덜해) 다른 나라보다 탈 탄소화 정책에 더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이주원 주한네덜란드대사관 선임상무관은 "아직 태동기에 있는 수소 산업은 부족한 경제성 극복을 위해 국제적 협업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라며 "양국 정부·기업·연구기관들이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고 협업함으로써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