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모를 경쟁력 추락..르노삼성 부산공장 무슨일이?

끝모를 경쟁력 추락..르노삼성 부산공장 무슨일이?

유영호 기자
2020.03.15 17:34

[MT리포트-르노삼성 다시 달린다]④

글로벌 자동차기업인 르노그룹에게 한국의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그룹 소속 생산공장 46곳 중 한때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생산성이 노사 갈등으로 수년만에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생산성 혁신 없인 공장 존폐를 가늠하기 힘든 수준까지 밀렸다. 끊이지 않는 르노그룹의 한국 철수론도 그 시작점은 여기에 있다.

뼈 깎는 구조조정으로 일군 수익성…노사갈등에 급감

르노그룹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리바이벌 플랜(회생 계획)’에 따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때 글로벌 공장들의 생산물량도 철저한 경쟁력 평가를 거쳐 다시 배정했다. 경쟁력 평가는 △품질(Q) △생산비용(C) △납기(T) △생산성(P) 같은 정량적 지표들을 중심으로 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르노삼성은 이렇게 3년간 노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부산공장 생산성은 30% 이상 급증하며 수출용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물량을 배정받는 등 수익성 개선이 이뤄졌다.

르노삼성은 그 결과 2014년 16만 9854대 수준이던 부산공장 연간 생산량을 2017년 27만 6808대까지 끌어올렸다. 이 기간에 닛산 로그 생산량도 2만 6468만대에서 12만 3202대로 증가했다. 부산공장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자 르노삼성은 2017년 401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8년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며 급기야 노조 파업과 사측의 직장 폐쇄가 잇따랐다. 르노삼성은 또다시 끝을 모른 채 추락하기 시작했다.

품질 1위 지켰지만…생산비용 글로벌 꼴찌로 추락

그래도 한번 다져진 부산공장은 저력이 있었다. 평가 지표 중 품질 평가는 여전히 1위였다. 2014년부터 글로벌 생산공장 46개 중 부산공장이 품질 평가 1위를 놓친 적은 한 번도 없다.

문제는 생산비용과 납기, 생산성 같은 지표다. 부산공장 생산비용은 고임금 구조 탓에 46개 생산공장 중 꼴찌다. 부산공장과 경쟁력 다툼을 벌이는 스페인 공장은 시간당 인건비가 부산공장의 60% 정도로 낮고, 터키공장은 아예 30%에 그친다.

부산공장은 2018년과 2019년 대규모 파업으로 납기 평가도 큰 폭 하락했다. 이렇다보니 생산성 평가도 좋을 리 없다. 이 때문에 2015년 4위까지 올랐던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은 지난해에는 중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생산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장으로 찍히자 르노그룹 본사가 배정하는 위탁 생산물량도 갈수록 줄었다. 부산공장의 닛산 로그 생산량은 지난해 6만988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성기 생산량의 57% 수준이다. 그마저도 이달말로 위탁 생산 계약이 끝난다. 올해 닛산 로그 생산량은 1~3월 누적 기준 단 4000여대에 그친다.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1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광장에서 열린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임금 협상 쟁취 결의 집회'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3/뉴스1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13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광장에서 열린 '르노삼성자동차 노조 임금 협상 쟁취 결의 집회'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13/뉴스1

가동률 30%대…'생존' 위한 경쟁력 회복 시급

만약 글로벌 본사의 추가 생산물량 배정이 없다면 부산공장 올해 생산량은 연 10만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잔업과 특근을 고려한 부산공장 생산능력이 2교대를 가정할 때 26만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가동률은 38.5%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차 생산공장 손익분기점을 '가동률 70%'로 볼 때 현 상황이 지속되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르노그룹이 한국시장에서 최초 출시한 XM3 같은 신차의 수출용 생산물량을 부산공장이 제대로 배정받지 못하면 공장 생존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현재 르노그룹은 XM3 유럽 수출 생산물량을 글로벌 공장 중에서 어디에 배정하느냐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부산공장이 유력한 후보지만 최근 노사 갈등으로 물량 배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르노그룹 메시지는 단호하다. 지난 1월 부산공장을 찾은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르노그룹 부회장은 “부산공장은 르노그룹 중에서도 생산성이 아주 좋았다”며 “지금 상황을 잘 넘겨 다시 그룹내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XM3 유럽 수출 생산물량 배정과 관련해 “노사가 임단협 협상을 빨리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모조스 부회장이 르노그룹의 공장별 생산차량 배정을 총 지휘하는 그룹 2인자인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최후통첩인 셈이다.

자동차 업계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생산 경쟁력 향상을 위해 그룹 내 위상부터 정상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차 노사 갈등으로 XM3 수출 물량 배정을 1년 넘게 미루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닛산 로그 수출 생산물량을 배정받지 못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노조가 이런 상황을 지나치게 느긋하게 본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그룹 입장에서 품질이나 신차 테스트베드로서 한국시장 중요성을 고려할 때 부산공장을 쉽게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노조의 입장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이미 성장세가 멈췄고 불확실성도 커지는 상황이어서 안이한 자세는 절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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