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에펠탑'보다 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84일간 여정 본격 시작됐다

[르포]'에펠탑'보다 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84일간 여정 본격 시작됐다

부산=주명호 기자
2020.04.30 14:08

"이 배가 지난주 명명식을 한 HMM의 '알헤시라스'호입니다. 길이만도 400m에 이르다보니 선미에서 선수까지 가는데도 한참이 걸립니다."

30일 새벽 2시, 2만4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대분)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알헤시라스호가 부산을 떠나 84일간 여정을 시작했다. 앞서 29일 오후 HPNT(현대부산신항만) 4부두 선착장에서 마주친 알헤시라스호의 크기는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선미에서부터 선수까지 걸어가는데만 10여분 가량 걸릴 정도로, 움직이는 선박이라기보다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건축물을 보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실제로 HMM에 따르면 알헤시라스호를 수직으로 세웠을 때 높이는 아파트 133층 높이에 맞먹는다. 에펠탑(300m), 63빌딩(264m)보다도 높은 셈이다. 갑판의 넓이는 축구장의 4배 이상이며 높이 또한 33.2m에 달해 다른 선박들을 압도했다. HPNT 관계자는 "보통은 선원들이 선박에 오를 수 있는 사다리를 선박의 상단과 이어지도록 설치하는데 알헤시라스는 워낙 크다보니 중간 높이 지점에 통로를 만들어 사다리를 두었다"고 설명했다.

알헤시라스호의 실적재량은 2만3964TEU로 이전까지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MSC의 'MIA'호(2만3765TEU)보다 208TEU 더 많다. 컨테이너들은 가로 최대 24열, 수직 최대 13단까지 적재 가능하다. 이날 현장도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높이가 50m에 달하는 안벽크레인(QC) 5기가 끊임없이 컨테이너들을 이동시켰다.

알헤시라스호는 지난 23일 명명식 이후 곧바로 중국 칭다오로 출발해 4572TEU를 싣고 28일 오후 9시 부산신항에 입항했다. 입항 후 1031TEU를 내린 후 다시 3615TEU를 선적해 출항하는 일정이었다. 이진철 HPNT 상무는 "규모가 크다보니 입항 직후부터 선적 작업을 시작했는데도 아직 진행 중"이라며 "1만TEU를 기준으로 선적하는데만 꼬박 이틀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선적 현장은 특이하게도 근무하는 인력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코로나19(COVID-19)' 여파인가 했지만 실제로는 100%에 가까운 자동화 덕분이다. 컨테이너는 하나당 무게가 몇 톤에 달하는 만큼 문제가 발생시 치명적인 인명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그러다보니 이같은 사고 가능성이 최소화하기 위한 자동화 확대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

현재 HPNT의 자동화율은 약 95% 수준에 이른다. 컨테이너선을 운반하는 화물차량 관리 등을 맡는 통제실, 각 QC에 배치되는 인력 등 최소 필수인력만 배치돼 있다. 트럭에서 컨테이너를 내리는 야드크레인의 경우 100% 자동화로 움직인다.

자동화율을 전체적으로 100%에 근접시키는데 HPNT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미 다른 세계 항만들도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잡고 관련 작업을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HMM 관계자는 "자동화 수준이 가장 높은 네덜란드의 경우 통제실까지도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 역시 이같은 방향성을 위해 여러가지 협의를 추진,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떠난 알헤시라스호는 중국 닝보, 상해, 안티안 등을 비롯해 싱가폴, 스페인 알헤시라스,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벨기에 안트워프, 영국 런던 등 총 11 항구에 기항한 후 돌아온다. 총 일정은 84일에 이른다.

HMM는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오는 9월 8일까지 총 12대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순차적으로 투입한다. 투입될 컨테이너선들은 알헤시라스와 같이 유럽 주요 항만의 이름을 따 명명될 예정이다. 이들을 포함해 앞서 발주한 1만6000TEU급 8척까지 인도되면 HMM는 선복량 기준 세계 8위 선사로 도약하게 된다. HMM 관계자는 "선대 확충으로 운항 및 연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더러 2만명이 넘는 신규 고용효과도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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