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닫고 지갑한번 열어주라.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자) 가슴에 새겨주라."
가사만 봐도 뜨끔할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희극인 김신영 씨의 '부캐'(또 다른 자아를 뜻하는 부캐릭터의 줄임말) 둘째이모 김다비가 부른 히트곡 '주라주라'의 가사다.
노래는 이미 장안의 화제지만 회사에서 공식루트로 회자되긴 쉽지 않다. 분위기 좋은 회식자리면 부장님 들으라고 한 번 불러볼 법 하지만 노래방은 코로나19(COVID-19)로 사실상 출입금지다.
더구나 아직 곳곳에 '꼰대'들이 산적하다. 기업 조직이 클수록 꼰대는 많고 오래된 생각은 다양하다. '상사가 이상한 짓을 해도 그건 경영전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앞에 '주라주라'는 공허하다.
그런 주라주라 뮤직비디오가 대기업 사내방송에 통으로 재생됐다. 9일 아침 SK그룹 전사 사내방송에서다. 대수롭잖게 들어넘긴 직원들도 있겠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주라주라'가 주는 신선한 충격이 커 보인다.
한 SK그룹 계열사 임원은 이날의 충격을 영화 '쇼생크 탈출'의 명장면에 빗댔다. 주인공 앤디(팀로빈스)가 레코드를 걸어 모차르트의 아리아를 감옥 전체에 내보내고, 일하던 죄수들이 멍하니 스피커를 바라보며 음악에 빠져드는.
다른 계열사 인사의 반응은 격렬했다. 그는 "귀를 의심했다"며 "요즘 표현으로 '약빨고 만든'(약기운에 몽롱한 상태서 만든것으로 여겨질 만큼 특이한) 사내방송으로 '꼰대아웃' 경영을 외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생각하긴 쉽지만 이행하긴 어렵다. 사내방송도 그렇다. 다 회사 업무다. 기획안에 대한 필터링 과정이 있고 이걸 통과해야 방송이 이뤄진다. 누군가 계획하고 누군가 승인해서 방송됐다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SK그룹의 주라주라 뮤비 방영은 단순한 코믹요소 반영으로 봐 넘기기 아깝다. 이면에 자신감이 있다. '이정도는 틀어도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되겠지'라는 SK 조직문화에 대한 자신감이다.
개인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직문화 혁신 노력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 측면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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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 가장 빨리 사무실 칸막이를 없애고, 임원 직급을 없애고(부사장으로 통일), 코로나19에 신속히 재택근무를 결정하고, 코로나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사무실근무와 재택근무를 섞은 근무형태 혁신을 고민하는게 SK그룹이다.
SK의 한 막내급 직원의 반응은 더 재밌다. 그는 "주라주라 가사는 사실 당연한 얘기들"이라며 "그걸 굳이 사내방송에 틀고, 그걸 화제로 삼는것 자체가 더 꼰대같다"고 했다.
우리 사장님, 전무님, 상무님, 부장님과 함께 보는 사내방송에 내일 아침 주라주라가 나온다면 어떨까. 가사는 아래와 같다.(가사출처 : 네이버뮤직)
입 닫고 지갑 한 번 열어주라
회식을 올 생각은 말아주라
주라주라주라 휴가 좀 주라
마라마라 야근하덜 말아라
낄끼빠빠 가슴에 새겨주라
칼퇴칼퇴칼퇴 집에 좀 가자
아 머리 좋아 대표 아니더냐
주라주라 카드 주라
오늘은 오늘은 소고기로 요미요미요미요미
야근할 생각은 마이소
오늘은 얼마 만에 하는
데이트 날인데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괜찮다 먼저 가라 말아주라
화장했는데 아프냐고 묻냐
주라주라주라 관심 좀 주라
마라마라 2차 오지 말아주라
간주 중에 멘트하지 말아라
간주점프 간주점프 제발 눌러주라
주라주라 법카 말고 개인카드 샥샥샤
오늘따라 말랐네요 대표~님~
주라주라 보너스는 내 통장에 쏴쏴쏴
아 대표님 바지핏이 참 잘 어울려요
야근할 생각은 마이소
오늘은 얼마 만에 하는 데이트 날인데
가족이라 하지 마이소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
가족 같은 회사 내 가족은 집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