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차에 접어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전쟁에 정부가 입을 열었다. 전기차 개화기가 본격 팽창할 가운데 자국 산업을 키우려는 중국, 일본, 유럽, 미국 틈바구니에서 K-배터리 입지를 뺏길 수는 없단 의지로 읽혔다.
2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서울 양천구 대한민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K-배터리의 미래가 앞으로 정말 크게 열릴텐데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양사가 나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양사 최고 책임자와 연락도 해서 낯 부끄럽지 않냐, 국민들 걱정을 이렇게 끼쳐도 되냐고 빨리 해결하라고 권유했지만 아직도 해결이 안되고 있다"며 "소송 비용이 수 천억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경제적인 것 뿐 아니라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고 지적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영업비밀침해를 이유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2월10일 최종 판결이 예정됐다. 그동안 판결일은 세 차례나 미뤄지면서 양사는 법적 공방전에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왔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간 배터리 연구·생산 등 전분야에서 100여 명의 핵심인력을 빼갔고 이들이 이직과정에서 개인당 400여 건에서 많게는 1900여 건의 핵심 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을 침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반박이다. 양사 배터리 기술과 생산방식이 다르고 SK이노베이션의 핵심 기술력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란 설명이었다. 또 당시 LG화학의 직원들 이직 역시 처우를 비교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2월 ITC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예비 승소 판결을 내렸고 SK이노베이션 측 이메일 문서 삭제 사실은 결정적 이유가 됐다. 오는 2월 최종 판결에서 분쟁의 핵심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이날 정 총리 발언은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개별 기업간 일'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지난 2019년 9월 한 차례 산업부 중재로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당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회동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한 편에서는 기업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는 주장이 있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미래 먹거리 산업을 한창 육성해야 할 대표기업이 소송 출혈 중임에도 정부가 방관중이란 지적도 맞섰다. 이런 가운데 정 총리가 입을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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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적처럼 올해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치열한 전쟁이 예고됐다.
막대한 자국 보조금 정책을 등에 업은 중국 CATL과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2위를 두고 지난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SNE리서치에 따르면 1~11월 누적 기준 CATL이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조사에서 CATL이 24.2%, LG에너지솔루션이 22.6%, 파나소닉이 19.2%, 삼성SDI가 5.8%, SK이노베이션이 5.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한국 기업이 1~5위에 포진해있다고는 하지만 언제 또 뒤바뀔지 모른다.
CATL은 당장 40%의 점유율을 목표로 생산능력 확장을 예고했고 현재 유럽 자동차 강국 독일에 생산부지를 검토중이다. 파나소닉도 도요타와 손잡고 미래형 전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중이다.
특히 미국 시장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친환경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갈등으로 배터리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자칫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돌아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포드, 폭스바겐 등이 ITC에 부품 차질로 전기차 생산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시한이 판결일인 2월10일 전으로 여겨졌다. 판결 이후에도 물론 합의는 가능하며 양사가 합의할 경우 수입금지 조치나 연방법원에서의 손해배상소송 등도 모두 중단된다. 다만 양사가 모두 '결국 갈 데까지 갔다'는 인식은 지울 수 없다.
정 총리 발언 전까지 업계에서는 양사 합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달 중순까지도 양사는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번졌던 '특허무효심판'을 두고 감정싸움을 격화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합의에 진전이 없다는 근거"라고 풀이했다. 양사는 그동안 합의금 규모, 합의금 산정 근거 등에 상당한 이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판결일이 열흘 남짓 남은 상황에서 이번 총리 발언 이후 양사가 다시 한 번 합의 시도에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약 최종 판결일이 한 차례 더 연기된다면 물밑에서 합의에의 시도가 이뤄짐을 짐작해 볼 수도 있다.
한편 이같은 관측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변함없이 합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 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경쟁사가 진정성을 갖고 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며 양사 모두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