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람은 추워도 누리호 탱크는 히터 틀어줘야죠"

[르포]"사람은 추워도 누리호 탱크는 히터 틀어줘야죠"

사천(경남)=최민경 기자
2021.11.17 05:16
KAI 우주센터 청정실에서 차세대 중형위성 2호 보드를 제작 중이다/사진제공=KAI
KAI 우주센터 청정실에서 차세대 중형위성 2호 보드를 제작 중이다/사진제공=KAI

"위성 전장품을 만드는 대부분의 인력들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위성사업을 시작한 25년 동안 경력을 쌓아온 분들입니다. 현미경을 보면서 아주 작은 반도체부품을 하나하나 인쇄회로기판(PCB)에 올리고 납땜하고 있습니다. 작은 기판이더라도 부품이 적게 들어갈 땐 1800개, 많이 들어갈 때 3800개 정도 들어갑니다. 기판 하나에 3800번까지 납땜이 필요한 셈이죠."

지난 10일 찾은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우주센터의 청정실에선 차세대 중형위성에 들어가는 전장품을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청정실은 정전기를 제거하고, 먼지를 제거하는 에어 샤워(Air shower)를 거친 뒤 방진복을 입어야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위성 관련 전자부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인들을 없앴다.

청정실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은 수작업으로 보드를 납땜하고 있었는데 작은 보드 납땜도 완성까지 2주가 걸린다. 보드는 위성 전장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다. 다목적 실용위성 같은 경우 보드 18~40개를 연결하면 위성의 카메라·배터리 등을 제어하는 컴퓨터 역할을 하게 된다. KAI의 위성 생산 인력 35명 중 협력사 인원까지 포함한 13명의 숙련자가 보드 납땜을 맡고 있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이유는 그동안 위성사업이 대부분 정부 주도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최근엔 정부의 위성 사업 발주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전까진 정부 위성 사업이 2~5년에 한번 나왔기 때문에 새로 개발해서 생산해야 했고, 대량 생산 개념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차세대 중형위성, 다목적 실용위성 등 위성 수요가 많아지는 상황이라 KAI에서도 최근 양산화 장비를 마련했다. 장비가 테스트를 통과하고 정식 인증을 받으면 기존에 PCB기판에 부품을 붙이던 수작업을 장비가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수천억원짜리 위성을 만드는 장비인 만큼 인증과정이 까다롭고 길어 빠르면 2023년 말부터 가동될 전망이다.

KAI는 양산화 장비를 통해 보드 제작 기간이 최대 70%까지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AI 관계자는 "양산화 장비는 숙련자가 수작업하는 것만큼 높은 품질의 보드를 생산하진 않겠지만, 컨디션에 좌우되지 않고 적당하고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AI 우주센터의 차세대 중형위성 2호 조립현장/사진제공=KAI
KAI 우주센터의 차세대 중형위성 2호 조립현장/사진제공=KAI

이외에도 위성의 신경에 해당하는 전선 다발을 제작하는 전장조립실과 제작 과정을 단계별로 점검하는 검사실, 위성 분리 시험을 하는 궤도 환경 시험실 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궤도 환경 시험실은 소량의 화약을 터뜨려 위성이 발사체와 분리가 잘 되는지, 분리 후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시설이다. 차세대 중형위성 2호는 16일 발사체 분리 충격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

KAI 관계자는 "우주센터는 대형 위성은 한 번에 6기, 중형은 10기, 소형은 20기를 동시 생산할 수 있다"며 "특히 위성 제작은 모든 작업이 청정실에서 진행돼야 하는데 초소형 위성 업체들은 장비와 설비 마련에 진입장벽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KAI가 가진 설비와 시험장비를 초소형 위성업체들도 이용할 수 있게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KAI 종포공장에 보관 중인 누리호 1단 추진제탱크/사진제공=KAI
KAI 종포공장에 보관 중인 누리호 1단 추진제탱크/사진제공=KAI

우주센터를 둘러본 뒤 향한 곳은 종포항 인근의 종포공장이었다. 종포공장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의 1단 추진제탱크를 만든 전용 공장이다. 발사체의 가장 하단에 위치한 1단 추진제탱크는 산소가 없는 우주에서 발사체 연료를 태울 수 있도록 액체산소를 실은 산화제탱크와 등유를 실은 연료탱크로 구성된다. 산화제탱크는 직경 3.5m, 길이 10m에 이르고 연료탱크도 직경 3.5m, 길이 6.6m다. 2016년부터 국산화하기 위해 KAI가 제작을 맡게 됐다.

종포공장은 비파괴검사실, 용접룸, 조립청정룸, 내압시험실 등으로 이뤄졌다. 그 중 용접 공정이 KAI로선 가장 난제였다. 탱크는 알루미늄 합금 판을 롤러로 둥그렇게 말고 용접한 뒤 마지막으로 덮개를 붙여서 제작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덮개는 스피닝(Spinning) 장비로 균일하고 얇게 펴 돔 형태로 제작한다. 용접할 때 열을 가하면 형태가 변형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정 개발에만 3년을 투자했다.

KAI 종포공장 내압실험실/사진제공=KAI
KAI 종포공장 내압실험실/사진제공=KAI

탱크가 만들어지면 연료 누출이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내압실험실에서 배관을 통해 물을 넣고 압력을 가하는 실험을 한다. 첫 실험엔 탱크가 버티는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구멍을 내 터뜨린다. 두 번째 실험부턴 요구되는 압력보다 20% 정도 더 강한 압력을 가해 실험하는 식이다.

현장에선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나로호 3호기 1단 산화제탱크와 연료탱크를 볼 수 있었다. 2호기에 들어갈 탱크는 이미 전남 고흥 나로호우주센터에서 보관 중이다. 나로호 4~6호기에 들어갈 탱크는 내년 이후 작업할 계획이다.

KAI 종포공장에서 누리호 1단 추진제탱크를 옮기고 있다/사진제공=KAI
KAI 종포공장에서 누리호 1단 추진제탱크를 옮기고 있다/사진제공=KAI

어렵게 제작한 탱크인 만큼 운반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오후 9시 도로에 차량을 통제한 뒤 온도 조절이 가능한 컨테이너에 탱크를 넣고 시속 30km 속도로 나로호우주센터까지 천천히 운반한다. 탱크가 들어있는 화물차 앞 뒤에도 차량이 붙어 경호한다. 사천에서 고흥까지 운반에만 7시간이 걸린다.

임감록 KAI 발사체생산팀 팀장은 "탱크가 망가지면 안 되기 때문에 온도까지 민감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탱크를 운반하는 사람은 에어컨이나 히터를 안 틀어도 탱크는 여름엔 에어컨 틀고 겨울엔 히터를 틀고 운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1단 탱크는 KAI에서 만든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를 각각 나로호우주센터에 보내서 조립하고 있지만 앞으론 KAI가 1단 탱크 조립까지 맡을 계획이다. 임 팀장은 "종포공장 옆엔 향후 1단 탱크 조립까지 할 수 있는 단조립 공장도 들어설 예정"이라며 "나중엔 1단 탱크를 조립해 종포항을 통해 나로호우주센터까지 해상으로 운반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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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경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최민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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