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오늘이 삼성의 내일이 될까 두렵습니다"

"현대차의 오늘이 삼성의 내일이 될까 두렵습니다"

심재현 기자
2022.03.24 05:11

[MT리포트]기로에 선 삼성, 노조의 길②

[편집자주] 대한민국 1등 기업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노사 관계가 불안해지면 여파는 단일 기업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임직원과 주주, 협력사는 물론, 재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첫 노조 설립 후 4년, 삼성전자 노사 관계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삼성전자 노조가 처한 현실, 무엇보다 노조 설립 이후 4년이 지나도록 조합원 가입률이 전체 직원의 4%에 그친다는 점은 최근 반도체·IT산업계에서 진행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부가가치 창출의 무게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옮겨가는 상황에서 노조가 내세우는 기존의 협상 공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직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 문제가 여전히 기업의 중대 변수라는 점, 그리고 삼성의 위기는 삼성만의 위기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머니투데이 취재팀이 이달 초부터 삼성전자(180,100원 ▼8,900 -4.71%) 노조 관계자들과 임직원, 노동계 인사, 학계 전문가들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제조업 역량의 협상력이 떨어지는 산업 대전환의 시기에 노조 문제를 두고 마냥 자유로울 수 없는 삼성의 특수성이 맞물려 빚어진 최근 삼성 노사의 파열음을 두고 강한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특히 국내 일부 대기업에서 발견되는 노사의 '적대적 공생 관계'가 삼성전자에도 고착될 경우 삼성의 반도체·IT 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에도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기존 협상 공식 우려 목소리…'적대적 공생' 깨야 산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A씨는 "직원들 사이에서 '현대차의 오늘이 삼성의 내일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고 전했다. 현대차에서는 노조가 매년 무리한 요구를 내걸면 사측이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악순환이 '관행 아닌 관행'이 됐다. 파국을 맞기 직전 노사가 합의한 협상안을 보면 양쪽이 모두 당초 요구에서 조금씩 양보한 것처럼 보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사측은 기본급 대신 성과급을 높이는 방식으로 퇴직금을 포함한 비용 부담을 낮추고 노조는 인사와 경영에 한발짝 더 개입하는 수순이 반복됐다. 삼성 내부에서 이런 방식의 노사 관계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크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는 최근 노조의 잇단 정치적 행보를 두고도 불거지는 분위기다. 노조가 임직원 복지와 경쟁력 향상에 집중하기보다 상급단체인 양대 노총의 정치 행보에 휘둘려 '갈라파고스화'할까 우려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지난달 24일 4노조가 속한 삼성그룹 노동조합연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직후에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합원들조차 "동의한 적이 없다"는 항의를 쏟아냈다. 경제단체 임원 B씨는 "삼성이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 못지 않게 노조의 역기능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번만 삐끗해도 밀려"…갈등 장기화 땐 경쟁력 흔들

반도체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최근의 노사갈등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결과를 내온 삼성 특유의 적기투자와 속도경영 리더십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산업 특성상 투자를 결정하고 생산라인을 만들어 실제 제품이 나오기까지 2년 이상이 걸린다"며 "한번만 삐끗해도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는 사례가 허다한데 경영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노(勞)든, 사(使)든 어느 누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느냐"고 말했다.

'2·3차 협력업체→1차 협력업체→삼성전자'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고려하면 삼성의 문제가 삼성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4대 그룹 계열 협력사 직원 C씨는 "대기업 사측이 하청업체의 희생을 전제로 자사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악습은 장기적으로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글로벌 시장에 불붙은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노조도, 사측도 새로운 관계 설정을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테슬라,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며 "산업 내에서 디지털 격차로 인한 갈등과 구조조정은 더 심해질텐데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노동3권도 본질적으로 노사가 상생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기업을 파멸시키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정 수위를 넘어서면 공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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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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