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답의 속도

[기자수첩]대답의 속도

이재윤 기자
2022.04.25 05:22

"오죽하면 차라리 시장에 대기업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현장에서 기자를 만난 중소 제조업체 A대표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대기업 진출을 바라는 중소기업 대표가 있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중견기업의 갑질에 시달리다 보니 대기업이면 조금 더 여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현실도피성 발언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니 더 곯아있는 문제가 있었다. 바로 납품단가 얘기였다.

문제는 중소기업 혼자선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라는 거다. 새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이렇다 할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중앙회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설문조사에서 원자재 인상 미반영은 49.2%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히려 대기업 진출을 바라는 중소기업 대표까지 나올 정도다. 대다수 중소 제조업 사장님들은 소위 '샌드위치 신세'다. 원재료 납품업체 눈치를 봐야하고, 제품을 공급해도 돈을 받으려고해도 또 굽신거려야 한다. 대기업이면 조금이나마 여유가 있어서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하는 푸념이다.

납품단가 문제는 하루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는 지난해부터 납품단가조정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신청조차 접수되지 않고있다. 김기문 중앙회장은 납품단가 문제에 대해 "했던 얘기 또 한다고, 지긋지긋한 문제라고 하겠지만 가장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있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특히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납품단가 문제는 더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달 중순 중소기업계를 대표해 18개 업종단체장들이 모여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제조기반 뿌리산업과 건설·건축자재까지 한국 경제 모세혈관이 모두 막혀버릴 위기에 쳐했다고 열변을 토했다.

윤 당선인이 답해야할 차례다. 올해 2월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중소기업계와 만나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약속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을 반갑게 맞이했던 중소기업계가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에겐 대답의 속도에도 의미가 있다. 늦어질 수록 중소기업의 현실은 더욱 최악으로 치닫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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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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