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한說]병원 지어주고 공항 넓혀주고…中, 80만 소국에 힘쏟는 이유

[중대한說]병원 지어주고 공항 넓혀주고…中, 80만 소국에 힘쏟는 이유

오진영 기자
2023.05.13 06:31
[편집자주]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 150조원 규모의 가전시장을 가진 중국은 글로벌 IT시장의 수요 공룡으로 꼽힙니다. 중국 267분의 1 크기인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호령하는 TSMC의 본거지입니다. 미국·유럽 등 쟁쟁한 반도체 기업과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워런 버핏, 팀 쿡 등 굵직한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죠. 전 세계의 반도체와 가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권을 이끄는 중국·대만의 양안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중국과 대만 현지의 생생한 전자·재계 이야기, 오진영 기자가 여러분의 손 안으로 전해 드립니다.
중국해상석유총공사(CNOOC)의 해상 유전. / 사진 = CNOOC 제공
중국해상석유총공사(CNOOC)의 해상 유전. / 사진 = CNOOC 제공

"중국의 석유 정제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아직 정유능력이 부족한 국가에 적극 투자해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11일 중국 다롄의 한 석유화학기업 관계자는 중국의 해외 유전 투자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다. 세계 1위 정유능력을 앞세워 새 유전이 발견되는 지역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목소리다. 중국석유경제기술연구소는 2024년 중국의 정유 용량이 10억 톤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서방 국가와 관계가 나쁜 지역은 중국의 투자를 반길 것" 이라며 "중국 기업은 현지의 이익을 위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은 최근 남미 북부의 가이아나 공화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지에 머무는 중국인은 소수지만, 의료 협력에서부터 금광 채굴, 가구 사업까지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가이아나 연안에서 잇따라 발견된 석유에 미국·인도 등 경쟁 국가의 개입을 차단하고 일찌감치 지분을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국한됐던 '일대일로'를 남미까지 확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는 가이아나 이익도 생각한다" 중국의 관용?…일대일로 참여국 감소는 '침묵'
/사진 = 김현정 디자인기자
/사진 = 김현정 디자인기자

가이아나는 중국 인구(14억명)에 비해 인구(80만명)가 턱없이 적다. 하지만 근해에서 석유가 잇따라 발견돼 지갑이 두둑해졌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2.3%다. 석유·가스 산업은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확인된 석유 매장량만 110억 배럴이다. 2035년에는 하루 170만 배럴을 생산해 세계 4위의 해상 석유 생산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재계는 경제적 혈맹을 자처하며 가이아나와 이익을 나누겠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국가는 마뜩찮다. 석유를 독점하기 위해 경제적 종속관계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이미 지난해 가이아나 연안에서 발견된 유전 3곳에 대한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의 석유 할인 요청을 가이아나가 거부한 것도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이 해외에 경제적 개입을 할 때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협력관계 부각 △필수 인프라 투자 △대규모 차관 제공이다. 아프리카·아시아 등지의 62개 일대일로 참여국도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파키스탄이다. 나와즈 샤리프 총리가 2015년 사업에 합의한 뒤 '동맹' '협력자' 등의 발언이 잇따랐고, 중국 정부는 10조원대의 차관을 제공했으며 파키스탄은 항구를 43년간 중국에 임대했다.

가이아나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도널드 라모타르 전 가이아나 대통령은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는 평화·번영을 보전하는 가장 효율적인 정책"이라며 "서방은 다른 국가를 착취했으나 중국은 인류의 공동 번영을 돕는 국가"라고 발언했다. 관영 인민일보·중국일보 등 중국 매체도 "가이아나 최초의 대통령은 중국인 아서 청"이라며 "수교 50여년 동안 굳건한 신뢰관계를 수립했다"라고 화답했다.

의료·교통 등 가이아나 현지의 필수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입김도 강해지고 있다. 가이아나 최대의 공항인 체디 차카 국제공항의 확장 프로젝트는 중국항만엔지니어링이 맡으며, 중국철도건설공사는 수도 조지타운을 가로지르는 데메라라 강의 교량 건설을 책임진다. 또 중국 기업인 중공궈지(CAMCE)는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 현지에 지역 병원을 건립했다. 기공식에는 가이아나 현직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다.

현지 재계 관계자는 "중국은 서방 국가들과 달리 현지의 고용·성장 등 투자 대상국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라며 "중국 기업이 진출한 국가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도 그 때문으로, 중국과 가이아나의 관계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잇따라 투자를 철회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남미 산유국 투자 늘리는 중국, 목표는 제조업 뒷받침할 석유 확보
가이아나 연안의 석유 채굴 현장. / 사진 = 바이두
가이아나 연안의 석유 채굴 현장. / 사진 = 바이두

당분간 중국 자본의 신생 산유국 투자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석유 수요는 늘고 있는데 미국·인도가 남미 산유국에 관심을 보이면서 석유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석유유통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원유 의존도는 71.2%다. 정제유 제품 소비량은 3억 4500만톤에 달한다. 게다가 정유업계 '슈퍼 메이저'로 꼽히는 기업인 엑슨모빌, 쉘, 쉐브론 등은 대부분 영미권 기업이다.

다롄과 허베이 등 중국 연안에 위치한 중국 7대 석유화학산업기지의 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연초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주문한 내수 확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든든한 석유가 확보돼야 한단 계산이다. 특히 많은 양의 석유를 소비하는 제조업 공장이 리오프닝(경제 재개방)으로 가동률이 크게 오르면서 올해 1분기 정제유 생산량이 10% 증가했다.

장쑤성의 한 제조기업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소비되는 석유는 대부분 국영 정유사에서 구매한 것"이라며 "국영 정유사가 많은 양의 석유를 확보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 제조 공장의 생산 비용도 크게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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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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