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시멘트, 자원순환 위해 업계 유일 삼척에 가연 쓰레기 선별하는 전처리시설 설립

지난 10일 태풍 속에서 찾은 강원도 삼척 삼표시멘트 공장. '합성수지 창고'에는 문이 열린 틈새로 시큼한 냄새가 났다.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가면 맡을 만한 냄새였다. 건물 안에는 흰색, 푸른색 쓰레기 조각들이 뭉텅이로 쌓여있었다. 전부 잘게 찢겨 있어 형체를 알 수 없었지만 대체로 비닐이다. 불에 타는 '가연쓰레기'만 조각 내 모아놓은 것이다.
삼표시멘트 직원들은 이를 '폐 합성수지'로, 시멘트업계에서는 '순환자원'이라고 표현한다. 단순히 쓰레기가 아니라 시멘트 생산 공정에 쓰는 자원이란 말이다. 삼표시멘트는 시멘트 업계에서 유일하게 가연 쓰레기를 활용하기 위해 이를 선별하는 전처리시설을 삼척에 짓고 가동 중이다.

이 조각들은 시멘트를 생산할 때 고열을 내는 연료로 사용된다. 시멘트를 생산할 땐 최소 1450도 이상의 열이 필요하다. 시멘트는 석회석과 고령토, 규석, 철광석 4개 원료를 잘게 부수고 섞은 분말을 용암 상태로 녹였다가 식혀서 만드는데, 얼마나 고열로 녹이느냐에 시멘트의 강도가 크게 좌우된다.
시멘트 원료는 '프리히터'에서 900도로 먼저 달궈진 뒤 '킬른'이라는 거대 장비에서 녹아 용암 상태가 된다. 프리히터와 킬른은 유연탄을 연료로 쓰다가 2000년대 초부터 순환자원을 섞어 쓴다. 업체마다 연료 비중이 다른데 삼표시멘트는 7:3 수준이다.
순환자원을 투입할수록 900도, 1450도를 유지하기가 까다롭다. 순환자원을 안 쓰면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시멘트 품질을 관리하기 편하다. 그런데도 시멘트 회사들이 순환자원을 쓰는 것은 환경 때문이다. 정부가 정책 과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쓰레기를 시멘트 공장 연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쓰레기 발생량은 최근 5년 사이 연평균 20%씩 늘어났다. 코로나19(COVID-19)를 거치며 크게 늘었다. 토양 오염 때문에 매립장 허가가 나오지 않는데, 기존 매립장 용량은 빠르게 차오른다. 환경부는 또 2030년 전국에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 소각하고 남은 재만 매립하도록 했다. 그런데 소각장은 설비의 그을음을 물로 닦고 나온 폐수를 처리해야 한다. 쓰레기를 태우고 남은 재도 결국 묻어야 한다. 주민들의 반발에 소각장을 새로 짓기도 어렵다.
반면 시멘트 공장은 쓰레기를 태워도 재가 남지 않는다. 돌을 녹이는 고열에 재도 함께 녹아버린다. 미국, 유럽 등은 1980년대부터 순환자원을 시멘트 연료로 썼다. 유럽 시멘트 업계의 순환자원 연료 활용률은 2021년 기준 52%, 한국은 3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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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시멘트는 시멘트 업계에서 유일하게 20억원을 들여 폐기물 중 가연 쓰레기를 선별하는 전처리시설을 짓고 2019년 삼척시에 기부했다. 삼척시에서 발생한 한해 1만5000톤 폐기물을 원료로 활용한다. 다른 지역들 가연 폐기물도 받아들여 지난해 순환자원 49만톤을 연료로 썼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순환자원'은 연료 뿐 아니라 시멘트의 재료로도 쓰인다. 화력 발전소에서 유연탄을 태우고 남은 석탄재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시멘트 원료 중 고령토·규석·철광석은 실리카질, 알루미나질, 철질이 필요해 투입된다. 석탄재 등은 이들을 대신해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국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친환경 공정을 '쓰레기 시멘트'라고 부른다. 아파트 벽에서 중금속, 다이옥신이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의 중금속 함유량은 놀이터 모래보다 적다. 국립환경과학원도 다이옥신 배출량이 허용 기준인 ㎥당 0.1나노그램보다 낮은 0.05나노그램으로 관리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는 순환자원으로 생산한 시멘트를 '에코 시멘트'라며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한찬수 한국시멘트협회 이사는 "기존 시멘트와 품질 차이가 없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없기 때문"이라며 "국내 시멘트업계도 순환자원 재활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