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중국보다 2~3년 앞서 있는 기술력을 어떻게 유지할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석유화학 산업 구조개편안을 내놓자 국내 업계 관계자가 보인 반응이다. 이번 조치로 범용제품 공급과잉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한편 중국이 본격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스페셜티) 영역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긴장감도 감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 생태환경부, 응급관리부, 중국인민은행,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 중화전국공급협동총사 등 7개 부처는 지난 26일(현지시간) 공동으로 '석유화학공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업무방안'(이하 업무방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석유화학 전 부문을 아우르는 구조개편안이다. 이번 안의 핵심은 범용 화학제품 증산 속도를 조절하는 대신 고부가 제품 성장에 집중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업계는 중국발 범용제품 과잉공급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9년 2700만 톤에서 지난해 5700만 톤까지 증가했다. 또 당초 계획에 따르면 2028년까지 2200만 톤 규모의 추가 증설이 예정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공급 조정을 선언한 것만으로도 단기적으로 에틸렌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업황 둔화의 주된 원인이었던 중국발 공급 과잉이 완화된다면 판가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 축소 폭은 아직 불확실하다. 중국 정부가 예고해왔던 노후 설비 폐쇄에 더해 신규 프로젝트를 얼마나 철수할지에 따라 실제 감축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석탄화학 설비의 석유화학 설비 전환을 장려해왔고 이같은 프로젝트가 대거 추진중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예고한 신규 프로젝트가 전부 철수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 그 실제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고부가제품 추격 가능성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이번 업무방안에서 '전자화학품·고급 폴리올레핀 집중 육성'이 핵심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석유화학사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스페셜티 영역과 겹친다. 전자화학품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자 산업에 쓰이는 특수 화학품이다. 고급 폴리올레핀의 경우 고성능 플라스틱 원료다. 이들 제품은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미래 주력 사업으로 육성중인 제품군이다.
이에 따라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범용제품으로 불리는 것들도 불과 10~20년 전에는 고부가 제품에 속했던 것"이라며 "중국이 바짝 추격하는 상황에서 격차를 유지하려면 지금보다 R&D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업황 둔화로 기업 투자 여력이 제한된 만큼 정부 차원의 R&D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