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현대자동차그룹에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발 고율 관세 부담이 완화된 데다 인공지능(AI)·수소·글로벌 기술 협력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대형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놓으며 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지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대미 투자 펀드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이달 안에 발의할 예정이다. 자동차 품목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이달 1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수익성 회복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부터 적용된 고율 관세는 현대차와 기아의 북미 시장 실적에 직격탄으로 작용해왔다. 북미 판매량이 늘었음에도 관세 부담으로 이익률이 급격히 하락했고 현대차·기아 모두 2~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관세 부담이 완화되면서 연간 4조40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APEC 회의가 현대차그룹의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부담이었던 관세 문제가 해결된 데다가 현대차그룹이 APEC 기간 수소·로보틱스·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차세대 기술을 대거 공개하고 글로벌 기업·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31일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NVIDIA)와 함께 'AI 팩토리'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블랙웰(Blackwell)'을 활용해 대규모 데이터 학습과 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약 30억 달러로 향후 그룹 내 전 사업 영역에서 생성형 AI 활용도를 높이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같은 날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과는 모빌리티 혁신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측은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제조, AI 기반 차량 제어 기술 등 공동 연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현대차그룹이 아시아 지역에서 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전날인 지난달 30일에는 울산에 9300억원을 투자해 수소연료전지 생산시설 착공을 공식화했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한 이번 공장은 연료전지 유닛과 수전해 설비를 함께 생산하는 통합형 구조로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거점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수소 에너지 생산과 저장, 운송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생태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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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성장을 향한 기대감은 현대차·기아의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달 31일 기준 현대차 종가는 29만원으로 전날보다 9.43% 급등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아 역시 3.18% 오른 11만9990원에 마감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APEC을 기점으로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지면서 현대차그룹은 4조~5조원의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특히 미래 모빌리티를 위해선 AI 등 최신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에 엔비디아, 싱가포르 과학청과의 협업은 현대차그룹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