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4배 뛰어도 AI가 '싹쓸이'…"메모리 품귀" 스마트폰 비싸진다

가격 4배 뛰어도 AI가 '싹쓸이'…"메모리 품귀" 스마트폰 비싸진다

김남이 기자
2025.11.21 06:11

스마트폰에 쓰이는 저전력D램, AI 서버에 사용...DDR5 현물가, 9월초 6달러→최근 24.8달러

최근 DDR5 현물 거래 가격 추이/그래픽=윤선정
최근 DDR5 현물 거래 가격 추이/그래픽=윤선정

AI(인공지능) 서버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메모리 공급망을 흔들며 스마트폰·가전 가격까지 압박하고 있다. DDR(더블데이터레이트)5의 가격은 석 달 사이 4배 이상 올랐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AI 버블'의 거품을 걷어내면서 메모리 반도체의 높은 가격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심각한 공급 부족으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내년 2분기까지 현재보다 약 50%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올해 4분기에만 30%가 오를 것으로 봤다. 특히 LPDDR(저전력DDR)의 가격 상승 위험이 제일 클 것으로 전망했다.

D램의 가격은 급등 중이다. DDR5(16GB 기준)의 가격이 전일 기준 24.8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초(6.02달러)와 비교해 4배 이상 오른 가격이다.

서버 시장에서 벌어지는 구조적 변화가 가격 급등의 요인 중 하나다.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을 위해 DDR 대신 LPDDR 기반 체제로 대거 전환하고 있다. LPDDR은 동일 용량 대비 소비전력이 낮고 발열이 적어 스마트폰에 주로 쓰였는데, AI 서버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긴 셈이다. 최근 'AI 버블' 논란이 있었으나 젠슨 황 CEO가 이날 열린 실적발표에서 "상황은 그(AI버블)와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엔비디아는 이미 LPDDR5X를 사용한 AI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 플랫폼을 선보였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메모리 모듈 규격인 '소캠(SOCAMM)'에도 LPDDR5X가 쓰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준비 중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엔비디아가 서버용 메모리를 LPDDR로 전환하면서 스마트폰 제조사 수준의 대규모 수요가 서버 시장에서 발생 중"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데이터센터 기업이 높은 가격을 감수하며 메모리 물량을 선점한 것도 스마트폰 제조사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날 젠슨 황 CEO는 메모리 가격 상승 우려에 대해 그는 "공급망과 계획·수요 예측·가격 협상을 오래전부터 선제적으로 진행해 왔다"며 "상당량의 공급을 '선확보'했다"고 했다.

특히 제조사들이 DDR5·LPDDR5X 같은 신형 공정으로 생산을 집중하면서 구형인 LPDDR4 등의 공급이 위축되면서 가격이 빠르게 뛰고 있다. LPDDR4를 쓰는 저가형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의 가격은 오르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샤오미 'K90' 고사양 모델 가격은 전작 대비 약 11% 인상됐다.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가 웨이보에서 "메모리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직접 설명할 정도다. 삼성전자도 내년 초 공개할 '갤럭시 S26 시리즈'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AI 중심의 메모리 시장 구조 변화가 스마트폰, PC, 가전제품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관련 기업의 선점으로 다른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사양을 낮추거나 출시 연기까지 검토하는 제품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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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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