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 선언에 "亞 기후 리더" 평가…지역사회 지원은 '공백'

탈석탄 선언에 "亞 기후 리더" 평가…지역사회 지원은 '공백'

권다희 기자, 세종=김사무엘 기자, 이승주 기자
2025.12.03 13:11

[MT리포트]탈석탄, 선언에서 이행으로
<1>탈석탄동맹 가입으로 국제사회 '기후 리더십' 제고
탈석탄 '가속' 약속했지만 이행 위한 준비는 여전히 '저속'

[편집자주] 한국 정부가 지난달 '탈석탄' 의지를 공표하며 국제사회에서 '기후 리더십'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실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 대한 지원과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 기반을 만들기 위한 로드맵 구축이 더 구체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탈석탄 선언의 의미와 실질적 이행으로 이어지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PPCA 개요/그래픽=이지혜
PPCA 개요/그래픽=이지혜

"한국의 탈석탄동맹(PPCA) 가입 결정은 석탄 의존도가 높은 여러 국가들이 자국의 전환을 시작하도록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한국 정부가 석탄발전 퇴출 일정을 10년 앞당긴 건 확실한 리더십의 신호입니다."

줄리아 스코룹스카 PPCA 사무국장은 한국 정부가 PPCA 가입을 공표한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직후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한국의 PPCA 가입이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제고한 결정이라 평가했다. 특히 석탄을 아직 많이 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탈석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환영했다.

"한국, 아태 국가들 청정 에너지 구축에 중요한 역할"

한국은 지난달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COP30 중 PPCA 가입을 공식 선언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에 이어 두번째고, 석탄발전을 하는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이다. 스코룹스카 사무국장은 한국이 "아태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 중 하나"라며 "아태 지역 국가들이 청정하고 현대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석탄발전 설비를 보유하고 있고 전력의 약 30%를 석탄으로 만든다. 전력에서 석탄이 핵심인 다른 아태 국가들에게 표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PPCA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 퇴출을 권고한다. 이번 가입은 2040년 탈석탄 의지를 정부 차원에서 처음 공표했다는 의미가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국내 석탄발전소 61기 중 40기를 계획대로 2040년까지 닫고 남은 21기에 대한 조기폐쇄 방안도 내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정부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같은 행보는 그간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얻은 '기후악당'이란 오명을 벗어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한국은 전세계 기후환경단체 연합 기후행동네트워크가 기후협상을 방해한 국가에게 주는 '올해의 화석상'에 2023년과 지난해 연속 선정되는 불명예를 안은 바 있다.

주요국 전력에서 석탄발전의 비중 변화/그래픽=이지혜
주요국 전력에서 석탄발전의 비중 변화/그래픽=이지혜

넓어지는 기후와 경제의 교집합 …기업들 "탈석탄, 수출에 유리"

기후협상이라는 외교 테이블이 경제와의 교집합을 넓히는 상황에서 탈석탄이 수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올해 COP에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결정문 사상 처음으로 '무역'이 명시됐다.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제도가 현실화하며 COP에서도 이런 조치들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견이 명문화된 것.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70% 이상인 복수의 대기업 ESG 책임자들은 "전력의 탄소배출량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 통제하기 어려워 석탄발전 폐쇄로 국가 전력시스템에서 탄소배출이 감소하면 해외 고객사의 탄소배출 감축 요구를 수용하는 게 더 수월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석탄발전에서 다른 에너지 및 산업으로의 전환이 경제성장을 촉진한 전례가 있는만큼, 한국의 탈석탄 과정이 아태 지역에서 전환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스코룹스카 사무국장은 "석탄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은 적절한 계획과 정의로운 전환 투자가 이뤄질 경우 오히려 경제 발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스페인의 경우 지난 25년 동안 석탄발전 비중이 35%에서 제로(0)에 가까워졌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전력회사·노조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부분의 일자리를 새로운 고용 기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그래픽=윤선정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계획/그래픽=윤선정
지역 지원은 미비…"특별법 제정 필요"

다만 이행이 원활하게 이뤄지느냐는 정부가 앞으로 신뢰를 쌓아야 할 영역이다. 당장 이번달부터 노후 석탄발전소가 순차적으로 폐쇄되지만 발전소 인근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근거법은 21대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후 현 22대 국회에서도 계류 중이다. 초당적인 공감대가 있음에도 행정 절차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제정을 늦추고 있다. 복수의 국회 관계들은 이 법이 "내년 하반기에야 제정 가능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발전소 폐쇄를 앞둔 지역들은 지원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전 자회사인 발전소의 직원들을 타지역으로 재배치 하면 수치상의 고용률은 큰 차이 없겠으나 이 직원들의 가족들이 지역에서 빠져나가면 서 인구소멸이 증폭된다. 여기에 대부분 해당 지역 주민인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은 불안정하다. 발전소에 의존해 온 상권도 영향을 입는다.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발전·기반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인허가 역시 중앙정부가 통제한다는 점에서 지자체 차원의 노력엔 한계가 있다.

이번달 석탄발전소 1기 폐쇄를 앞둔 태안군 관계자는 "가장 먼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태안 해상풍력 발전단지 집적화 단지 조성'지원 역시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사항"이라 했다. 2020년 12월 석탄발전소 2기를 조기 폐쇄하고 내년과 내후년 총 2기의 발전소를 더 닫는 보령시 관계자 역시 "탈석탄 가속화 필요성에 공감은 하지만 관련 지역에 대한 후속조치가 아직 없다"며 "대체발전과 새로운 산업을 구축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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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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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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