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조선 수출 중심으로 경상수지 890억 달러 흑자 예상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반도체와 조선의 회복세에 힘입어 1.7% 성장하겠지만 내수 정상화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잠재성장률(2% 안팎) 수준의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5년 하반기호'에서 내년 성장률을 1.7%로 제시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0%로 예상했고 통상환경 관리와 경기 대응 조치의 영향으로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한경연은 2026년 반도체와 조선 업종의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러한 회복세가 소비·투자·건설 등 국내 수요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여건이 제약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경연에 따르면 민간소비는 1.6% 증가하겠지만 생활물가·주거비 부담이 지속되며 회복 폭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설비투자도 비IT(정보기술) 제조업의 글로벌 공급과잉과 가격경쟁력 약화가 이어지며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건설 역시 PF(프로젝트 파이낸스) 조정 잔여 부담으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물가는 2026년 1.9% 수준에서 안정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기·가스·서비스·주거비 등 생활 밀접 항목 중심의 비용 부담이 있어 물가상승률이 안정되더라도 체감물가는 쉽게 낮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 부문에서는 반도체와 조선을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되면서 전년 대비 0.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글로벌 차원의 AI(인공지능)·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됨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며 조선업도 고부가가치 선박과 특수선을 중심으로 양호한 수주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89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봤지만 이는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보다는 일부 선도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큰 구조의 결과로서 글로벌 경기와 통상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한경연은 외환시장과 관련해서는 통상정책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원화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수입물가와 경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 역시 미국의 재정부담 확대와 양적긴축(QT) 이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 AI 투자 열풍에 따른 과열 우려, 주요국 성장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안전자산 선호와 위험자산 회피가 반복되는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연은 2026년을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벗어날 실질적 전환기로 진단했다. 경기 반등이 성장 확장 국면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국·EU(유럽연합)의 통상정책 불확실성 △중국 경기 둔화 △AI 투자 과열 이후의 조정 가능성 △원화 약세 리스크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철 한경연 원장은 "2026년은 회복의 신호가 분명해지는 해이지만 신성장 산업 육성과 내수 회복을 함께 추진해야만 2026년이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통상환경과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