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이 타결되면서 현대차그룹의 영국 전동화 시장 공략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원산지 기준이 완화되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중심으로 무관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차량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영국이 유럽 시장 내 전동화 전환의 전초기지로 평가받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동화 전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영국 정부는 16일 한·영 FTA 개선 협상을 공식 타결했다. 기존에는 당사국에서 55% 이상의 부가가치가 발생했음을 증명해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해당 기준이 25%로 낮아졌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영 수출 가운데 자동차 산업은 36%를 차지했으며 금액으로는 23억9000만달러(3조5253억원)에 달한다. 영국의 자동차 관세율이 1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무관세 적용 여부에 따라 차 한 대당 수백만원 규모의 비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신차 출시 초기 가격 설정, 할인 프로모션 운영, 잔존가치 관리 측면에서 완성차 업체의 전략적 선택 폭을 넓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영국 시장은 현대차그룹 전체 판매량에서 비중이 크지는 않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기준 약 723만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영국 판매량은 약 19만대에서 20만대 가량으로 전체의 약 3% 정도다. 다만 영국 내 시장 점유율은 높은 편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영국 자동차 시장 전체 판매량 187만4271대 가운데 현대차그룹 판매량은 10.49%로 집계됐다. 폭스바겐그룹과 토요타그룹에 이어 상위권을 유지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영국은 전동화 전환 속도가 빠른 시장으로 평가된다.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캐즘 현상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42만6209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 시장의 비중은 18.7%에서 22.7%로 확대됐다. 전동화를 핵심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영국 시장이 중요한 바로미터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영국 시장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3, EV6, EV9 등 전동화 주력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판매량 상위권은 투싼, 스포티지 등 내연기관 모델이 중심이다. 이번 한·영 FTA 개선으로 배터리 셀과 소재, 전장 부품을 아시아, 유럽, 북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전기차 가격 경쟁력 확보를 통한 중장기 판매 확대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영국은 유럽 주요국 가운데 친환경차 전환 속도가 빠른 시장"이라며 "한·영 FTA 개선으로 전동화 모델의 무관세 적용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영국 시장에서 중장기 판매 전략을 보다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