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캠퍼스 R&D단지와 연구·생산 연계성 강점
지반 안정성부터 전력·용수 인프라 등 입지 최적
일부 새만금 이전 주장, 업계 "실효성 낮다" 평가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이하 국가산단) 조성을 위한 토지보상이 본격화했다. 용인은 기존 반도체 생태계와의 연계성은 물론 전력·용수 인프라, 인재수급 여건을 두루 갖춘 입지로 평가받는다. 여기에 첨단공정의 필수조건인 지반 안정성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용인 국가산단 내 반도체용 산업시설용지 토지 소유주를 대상으로 한 보상 진행률은 14.4%(26일 기준)로 집계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19일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시설용지 분양계약을 한 후 보상협의에 착수한 지 5일 만에 보상률이 14%를 넘어섰다.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 2022년 2월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을 제정했고 이듬해 3월 세계 최대규모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용인을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했다. 화성, 평택, 이천 등 기존 반도체 생산단지 연계를 통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이동·남사읍 일대 777만3656㎡(약 235만평) 부지에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생산라인(팹) 6기가 들어서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360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투자규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후보지 선정 이후 2년9개월 동안 토지확보를 비롯해 전력·용수 공급방안 논의가 이어진 끝에 최근 본격적인 토지확보 단계에 들어섰다.
용인이 국가산단 입지로 선택된 배경에는 기존 반도체 산업생태계와의 높은 연계성이 있다. 인근에 수백 개의 소재·부품·장비 협력사가 밀집해 있어 장비반입과 점검 등이 수시로 필요한 반도체 공정 특성에 부합한다. 또 석박사급 엔지니어의 역할이 절대적인 산업의 특성상 수도권을 벗어나면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연구·생산 연계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기흥캠퍼스에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복합 R&D(연구·개발) 단지인 'NRD-K'가 자리잡고 있어 연구팹에서 개발된 기술을 양산라인으로 빠르게 이전할 수 있다. NRD-K는 지난 22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안정적인 용수확보 여건도 핵심경쟁력이다. 팔당댐과 남한강 등 한강 수계의 풍부한 원수를 배후에 둬 일일 수십만 톤 규모의 공업용수 공급이 가능하다. 초순수 생산을 위한 수질관리와 정수공정 운영체계가 구축됐다는 점도 반도체 공정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대규모 전력공급 방안도 병행 추진 중이다. 이호연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은 지난 10일 열린 '반도체 육성 전략 보고회'에서 "(국가산단에는) 총 9GW(기가와트) 정도의 전력이 필요하다"며 "이 가운데 6GW는 어느 정도 확보됐고 나머지 3GW는 미정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반도체 국가산단을 새만금 등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반도체업계는 현실성이 낮다는 입장을 보인다. 반도체 공장은 지반의 단단함(지반 강성)이 핵심 입지조건 중 하나로 꼽힌다. 입지조건 자체가 수율과 직결된다.
나노(㎚·1㎚는 10억분의1m)급 정밀도를 요구하는 반도체 공정에서는 미세한 지반진동도 수율에 영향을 미친다.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역시 설치조건에 지반진동 기준을 포함할 정도로 민감하다. 진동뿐 아니라 장비의 정밀수평·정렬 역시 수율과 이어지고 특히 2나노급 이하 첨단공정으로 갈수록 지반조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간척지는 상대적으로 지반이 약하고 장기침하 위험이 존재한다. 지반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대규모 토목공사가 불가피해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비용부담도 크게 증가한다. 업계에서는 다른 대안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간척지를 반도체공장 입지로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진동이 많은 지역은 반도체팹 부지 조사단계에서 아예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설계나 보강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태풍이나 해일 등 자연재해 노출위험까지 고려하면 해안가에는 반도체공장을 짓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