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장 막는 '규모별 규제' 급증…"한국에만 있는 성장 패널티"

기업 성장 막는 '규모별 규제' 급증…"한국에만 있는 성장 패널티"

최지은 기자
2026.01.06 12:45

제22대 국회 들어서만 기업 규모별 규제 149건 발의…상법에 집중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5.7.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5.7.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법안이 되거 발의돼 기업이 커질수록 부담이 증가하는 '성장 패널티'가 고착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 활동과 연관성이 높은 12개 법률을 대상으로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 지난해 12월31일까지 발의된 1021개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총 149건에 달했다고 6일 밝혔다. 현행 12개 법률에 이미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가 343건 존재하는 상황에서 22대 국회 출범 19개월 만에 다수의 추가적인 규모별 규제가 발의됐다는 분석이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증가형' 차등 규제 법안은 총 94건으로 집계됐다. 규제증가형은 일정 수준의 자산 규모나 종업원 수를 초과한 기업에만 추가적인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성장할수록 규제 부담이 누적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성장 유인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법률별로는 상법이 65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유통산업발전법(12건) △산업안전보건법(7건) △공정거래법(6건) 순이었다. 이밖에 금융지주회사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자본시장법 등 법률에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한 규제 부과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상법은 현 정부 들어 개정 논의가 집중되면서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가 가장 많이 발의된 분야로 나타났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대상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과 관련한 추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대한상의는 "자산 2조원 이상이라는 기준은 2000년 도입된 이후 경제 규모와 물가 수준이 크게 변했음에도 별도 검증없이 관행적으로 차용돼 왔다"며 "합리적 기준 검토 없이 기업이 성장하는 순간 새로운 규제가 자동으로 부과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22대 국회 발의 기업규모별 차등규제 현황./사진 제공=대한상공회의소
22대 국회 발의 기업규모별 차등규제 현황./사진 제공=대한상공회의소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혜택축소형' 차등 규제도 22대 국회 들어 55건 발의됐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 세액 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기업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달리 적용하는 방식이다. 중소·중견기업에만 혜택을 부여하거나 대기업에는 공제 수준을 대폭 낮추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혜택축소형 차등 규제는 조세특례제한법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R&D(연구개발), 시설 투자, 특정 기술 개발 등에 세액 공제 혜택을 부여하면서도 기업 규모별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대한상의는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성장 패널티"라며 "규제 증가형과 혜택 축소형 모두 기업이 규모 확대를 통해 성장할 유인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또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등 주요국의 세제 지원 사례를 보더라도 기업 규모에 따라 혜택을 차등하는 방식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글로벌 경쟁 환경에 맞는 세제 지원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책 목적과 산업 특성에 맞는 규제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와 혜택을 나누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아니다"며 "누적된 규모별 차등 규제를 전면 재점검하고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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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지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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