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문 법무법인(유한) 대륜 변호사 법률칼럼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임직원들의 급여를 미지급하며 논란이 일었다. 세금 체납으로 인한 점포 압류와 재고 부족 등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회생의 '최악의 걸림돌'인 임금 체불 사태까지 발생하며 법적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많은 기업 담당자가 회생개시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채무 변제가 중단된다고 오해하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10호는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을 '공익채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회생계획에 따라 출자전환(또는 탕감)되거나 분할 상환되는 일반 회생채권과 달리, 공익채권은 회생 절차와 무관하게 지급기일이 도래하는 대로 즉시 변제해야 하는 최우선 채권임을 의미한다. 즉, 은행 대출금은 갚지 않아도 회생계획 인가결정이 가능할 수 있지만 밀린 월급을 해결하지 못하면 회생계획의 수행 불가능을 이유로 회생 절차 자체가 폐지될 수 있다. 자금수지계획 수립 시 인건비를 조정 가능한 변수가 아닌 필수 상수로 둬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자금줄이 막힌 상황에서 임금을 지급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형사 처벌 리스크다. 근로기준법 제43조 및 제109조에 따라 임금을 체불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수사 대상에 오른 경영진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들며 고의성을 부인하곤 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는 단순 자금난만으로는 임금 체불의 고의성이 부정될 수 없다는 엄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 사례처럼 긴급 자금 수혈 실패 등으로 체불이 장기화될 경우, 대표이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회생 절차를 주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경영진이 수사기관에 불려 다니거나 신병이 구속된다면, 기업 정상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기업은 회생 과정에서 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치밀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신규 자금을 조달할 때, 법원과 채권단에 '임금 변제'가 자금의 최우선 사용 목적임을 명확히 설득하여 승인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영업 이익을 위한 투자보다 임금 체불 해소가 회생의 전제 조건임을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자력 변제가 불가능하다면 체당금으로 잘 알려진 임금채권보장법상 대지급금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근로자를 위한 복지 제도가 아니다. 기업이 체불 사실을 확인하고 절차에 조력함으로써 국가가 임금 채무의 상당부분을 우선 해결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체불 액수를 실질적으로 줄이고 경영진의 청산 의지를 입증한다면, 형사 책임을 감경받는 강력한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회생 기업에 있어 임금 체불은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를 초래해 회생 동력을 꺼트리는 트리거와 같다. 따라서 기업 법무·인사 담당자는 회생계획안 수립 시 영업 이익 확보보다 '노무 리스크 해소'를 1순위 과제로 설정하고, 전문화된 법적 안전장치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