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또다시 경영권 수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MBK·영풍의 이사회 내 영향력 역시 커지게 됐다. 국민연금과 같은 '큰 손'들의 우군 이탈이 발생한 것 역시 최 회장 측 입장에서 뼈아프다.
'제52기 고려아연 정기주총'은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렸다. 주총의 주요 관건이었던 이사 선임 숫자와 관련한 표대결에서 최 회장 측이 웃었다. 임기 만료 등으로 물러나는 6명(최윤범 측 5명, MBK·영풍 측 1명)을 대신할 이사들을 선임해야 했는데 최 회장 측은 5명만 우선 선임하고 남은 1명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절차를 통해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MBK·영풍은 이사 6명 모두를 이번 주총에서 일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5명 선임' 안건을 관철시켜 MBK·영풍 측 인사의 이사회 진입을 최대한 막는 게 목표였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MBK·영풍 측이 41%, 최 회장 측이 38% 수준이어서 적은 수의 신임 이사를 뽑는 게 최 회장 측에 유리한 구도다. 반면 MBK·영풍은 이사회 세력 균형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6명 선임을 노렸으나 표대결에서 밀렸다. 주총에서 양측의 안은 모두 과반을 넘겼지만 다득표 의안 가결 원칙에 따라 '5인 선임'이 결정됐다.
특정 후보에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 원칙에 따라 진행된 이사 선임 절차 결과 고려아연이 추천한 최 회장과 황덕남 이사회 의장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최 회장 측의 백기사로 떠오른 미 정부 측과 고려아연의 합작사인 크루서블JV의 추천인 월터 필드 맥라렌도 이사에 선임됐다. 이외에 MBK·영풍 측 추천인 2명이 이사회에 진입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기존 11대4였던 이사회 구도는 9대5로 재편되게 됐다. 최 회장 입장에선 경영권을 다시 한 번 지키는 것에 성공했지만 해가 지날수록 MBK·영풍 연합과 이사 수 격차가 줄어드는 구조를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계기도 됐다. 지난해 12월 유상증자를 통해 MBK·영풍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고 크루서블 JV가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만든 수가 없었다면 격차는 더 좁혀졌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려아연 지분 5.2%를 확보하고 있어 캐스팅보트로 여겨지는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이사 선임안에 사실상 반대표를 던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국민연금은 최 회장 등 고려아연 측 후보에 대해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가 이유였다. 북미 최대 공적 연기금인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역시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주요 주주들의 마음을 다시 사는 게 최 회장 측의 과제가 된 것이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최 회장 측과 MBK·영풍 간 신경전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주총에서도 양측이 주총 시작 전부터 중복 위임장 집계 논란과 주주 입장 절차 등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예정 시각(오전 9시)을 훌쩍 넘은 오후 12시쯤이 돼서야 주총 개회를 선언할 수 있었다.
MBK·영풍은 '불공정 주총'이라고 최 회장 측을 비판했다. 지난해 정기주총에서는 예탁결제원 집계 기준을 그대로 인정해 실제 행사된 의결권만을 기준으로 결과를 산정했는데 올해에는 미행사 의결권까지 포함해 비례적으로 재배분하는 '프로라타(pro rata)' 방식을 적용하며 기준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MBK·영풍 관계자는 "절차적 일관성과 주주평등 원칙을 훼손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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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왜곡된 자의적 해석"이라며 "찬성과 반대에 상관 없이 주주의 의사를 충실히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 위한 방안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