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LG디스플레이 가상 개발 솔루션 'VDE'..시뮬레이션 기반 R&D로 공정 혁신

"VDE(Virtual Design & Engineering·가상 개발 솔루션)를 활용하면 기존에 1000시간이 소요되던 디스플레이 개발 기간을 하루나 이틀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만난 김한희 LG디스플레이 VDE 담당은 "VDE는 물리 법칙과 수식에 기반해 오류를 예측하고 실체를 구현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실제로 VDE는 시뮬레이션 기반 검증을 통해 개발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는 차세대 R&D(연구개발) 방법론으로 평가된다.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지만 디스플레이와 같은 첨단 제조업에서는 그 가치가 더욱 크다는 설명이다.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 개발에서는 직접 시제품을 제작한 뒤 양산 검증 과정을 거쳤다. 시제품 제작에만 최소 3개월이 걸렸다. 여기에 개발 과정에서 보완 사항이 발견되면 다시 초기 단계로 돌아가 변수를 조정해야 했다. 시행착오가 반복될수록 개발 기간은 길어지고 대규모 비용 손실이 불가피했다.
이같은 한계를 해결해준 기술이 VDE다. 제품의 강성과 휘도, 빛 반사, 발열 등 다양한 파라미터(변수)를 반영해 시제품 없이도 가상 공간에서 디스플레이를 설계·검증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패널의 내구성을 시험할 경우 낙하 순간 어느 지점에서 손상이 발생하는지, 제품 내외부에 어떤 충격이 가해지는지 등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김 담당은 "개발 단계에서 양산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시제품을 제작하는데 구상 단계에서는 샘플 제작에도 한계가 있다"며 "VDE를 활용하면 물리 테스트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어 설계 최적화와 불량 요인 파악이 한층 용이해진다"고 소개했다. 현재 LG디스플레이(14,880원 ▲110 +0.74%)는 VDE를 소자와 패널 설계, 공정 등 개발 전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실제 VDE를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고객사로부터 호평을 받은 사례도 있다. 김 담당은 "당시 고객사의 요청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양산을 앞당겨야 했는데 이를 맞추지 못하면 수천억 원대 비용 손실이 예상되던 상황"이라며 "VDE를 활용해 가상 공간에서 제품을 구현해 개발 기간을 두 달 정도 단축했다. VDE는 현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기술"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VDE를 AI(인공지능)와 결합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AI로 빠르고 정밀하게 분석하는 방식이다. 김 담당은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오류는 줄고 정확도는 더욱 높아졌다"고 전제한 뒤 "개인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할 수 있어 신뢰성 또한 한층 강화됐다"면서 "VDE와 AI의 결합이 본격화되면 시뮬레이션은 단순한 검증 도구를 넘어 제품 방향성과 기술 전략을 제시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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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고도로 발달했지만 엔지니어의 역할도 여전히 중요하다. 김 담당은 "VDE 엔지니어는 단순한 해석 담당자가 아니라 '분석가'에 가깝다"며 "시뮬레이션 결과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핵심 역량"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2년 VDE 관련 조직을 도입한 이후 전사적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해왔다. 현재 연간 약 15만건 이상의 VDE 시뮬레이션이 이뤄지고 있다. 김 담당은 "VDE 성과가 축적되고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개발 단계에서 VDE를 선행 적용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며 "신뢰도를 더욱 높여 LG디스플레이의 '1등 기술'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