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기름 혼합판매, 이번엔 다를까[기자수첩]

되살아난 기름 혼합판매, 이번엔 다를까[기자수첩]

김지현 기자
2026.04.22 05:40
지난 16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스1
지난 16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뉴스1

"기름값이 묘하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관계 부처와 정유업계가 술렁였다. 국제유가는 급락하는데 정작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기름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현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당시 정부는 '혼합판매 주유소'라는 해법을 내놨다.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제품만 들여오는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섞어 판매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15년이 지난 2026년, 혼합판매 주유소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정유사와 상표주유소간 전속계약이 가격 경쟁을 제약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정유업계와 주유업계는 상생 협약을 맺었고 이에 따라 주유소는 기존에 거래계약을 맺은 정유사 외 다른 브랜드 제품을 최대 40%까지 혼합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간에도 주유소는 혼합판매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번에 혼합 비율이 확대되고 공론화됐을 뿐 2012년 제도 손질 이후 이미 열려있는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널리 확산되지 못한 것은 정작 주유소들이 이를 선택하지 않아서였다. 소비자들의 브랜드 신뢰와 카드 혜택 등을 고려하면 두 업체 제품을 섞어 판매하는 방식이 기대만큼의 실익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대했던 가격 인하 효과 역시 크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혼합판매 주유소가 되레 시장과 소비자 혼란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제휴카드·포인트 체계는 물론 브랜드 마케팅 비용 분담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어서다. 품질 관리도 변수다. 단일 공급 구조에서는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만 복수 정유사 제품이 섞일 경우 추적이 쉽지 않다. 주유소가 확보한 마진을 실제 판매가격 인하로 이어갈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동 사태가 촉발한 에너지 위기 속에서 '상생'의 필요성에는 산업계 모두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그 명분에 가려 정책의 실효성까지 놓쳐서는 안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와 주유소간 공급·유통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봤어도 혼합판매 주유소는 시행이 쉽지 않은 제도라는 점을 알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정책은 더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해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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