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은 폭죽, 저쪽은 파업 머리띠…갈라진 삼성 노조, 협상력 흔들리나

이쪽은 폭죽, 저쪽은 파업 머리띠…갈라진 삼성 노조, 협상력 흔들리나

김남이 기자
2026.05.20 16:24

일부 DX부문 조합원 "돈만 많이 받으면 회사가 망가지더라도 상관없다는 식 운영 멈춰달라"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최종 결렬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노사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최종 결렬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 걸린 삼성그룹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삼성전자(276,000원 ▲500 +0.18%) 노사의 임금교섭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 내부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터져 나왔다. 반도체(DS)부문 중심으로 짜인 성과급 요구안이 제동이 걸리자 가전·모바일(DX)부문의 직원들 사이에서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파업을 앞둔 상황에서 직원 갈등과 지도부를 향한 불만까지 커지면서 노조의 협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용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조합원은 20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현재 초기업노조가 사측과 교섭 중인 요구안은 조합원들의 정당한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위법하게 만들어졌다"고 직격했다. DX부문 조합원인 손씨 등은 '삼성전자 직원 권리회복 법률대응연대'(이하 대응연대)를 구성하고 법원에 교섭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초기업노조의 교섭 요구안이 DS부문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요구안 수립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손씨는 초기업노조 지도부를 향해 "돈만 많이 받으면 회사가 망가지더라도 직원이 분열되더라도 상관없다는 식의 조합 운영을 멈춰달라"며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교섭 요구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삼성전자 직원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요구안을 선정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 주재로 열린 사후조정에서 노사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노조가 총파업 강행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도 극명하게 갈렸다. DX부문 조합원들이 주로 참여하는 대응연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는 '폭죽' 효과 메시지가 잇따라 올라왔다. DS부문 중심의 교섭이 중단된데 대한 긍정적 반응으로 해석된다.

이날 DX부문 조합 중심으로 구성된 동행노조와 전국삼성전자노조 수원지부는 노태문 DX부문 대표이사에게 면담도 요청했다. 임금교섭 과정에서 DX부문 의견이 배제된 만큼 회사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반면 DS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는 총파업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노조는 총파업 참여 인원이 5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회사가 법원에 신청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이 일부 인용되면서 실제 파업 효과는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오히려 협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DX부문 이탈이 이어지면서 한때 7만6000명을 넘겼던 조합원 수는 현재 7만명 선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 노조 집행부의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는 등의 발언 이후 내부 실망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익명 게시판에는 "회사안을 두고 그냥 찬반투표를 하면 안 되냐"는 취지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도 진행 중이다. 최근 경찰은 삼성전자에 대한 두 번째 압수수색을 진행해 사내 메신저 등 통신 관련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9일 불상의 직원이 다른 임직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노조 가입 여부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재계 관계자는 "파업 직전이 노조의 협상력이 가장 높은 시점"이라며 "실제 파업에 들어가면 이후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역시 지난주부터 파업에 대비한 움직임을 보여온 만큼 강경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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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이 기자

인간에 관한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렌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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