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306,500원 ▼15,500 -4.81%)가 정치권의 강한 호남 투자 요청으로 광주에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의 지역균형 발전 정책에 맞추는 행보지만 기업의 투자 결정이 외부의 압박에 밀려 결정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초부터 호남 지역 투자를 논의해왔다. 이재명 정부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호남지역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유도해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줄기차게 요구한 건 반도체 공장 건설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추진 중이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 새만금으로 이전해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웨이퍼(반도체의 기본재료)에서 칩을 만들어내는 반도체 전공정 공장은 용인과 평택 등에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후공정 공장을 광주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후공정 패키징은 검사 과정 등을 거쳐 개별 칩을 실제 제품으로 만드는 공정이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첨단제품 비중이 늘면서 정밀한 패키징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다만 패키징 공장은 전공정 공장에 비해 인프라가 다소 부족한 지역에 투자해도 부담이 덜하다. 전력과 용수를 상대적으로 적게 쓴다. 또 전공정 공장은 대규모 소재, 부품, 장비 기업이 밀집해 있어야 하는 생태계 조성이 필수지만 이같은 조건도 문턱이 낮다. 투자 규모는 최신 반도체 전공정 팹 하나가 60조~70조원 정도인데 비해 패키징 공장은 10조~20조원 수준이다.
광주 반도체 공장 건설이 확정된다면 삼성의 첫 호남 반도체 공장 투자가 된다. 삼성은 현재 충남 온양과 천안, 중국 쑤저우 등에 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2,128,000원 ▼87,000 -3.93%)도 호남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충북 청주에 약 19조원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4월 착공에 들어갔다. 따라서 패키징 공장 등을 호남에 추가 투자할 경우 충청권 공장과 연계방안 등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불가 대한민국'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6.08. photo@newsis.com /사진=](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6/2026061008362260016_2.jpg)
반도체 기업들의 이같은 투자 논의는 정치권의 강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달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성장 전략의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호남 문제에 있어 호남에 좀더 균형을 맞춰야겠다"고도 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도 최근 한 포럼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자신에게 귓속말로 '뭐가 와도 온다'고 말했다고 소개하면서 "반도체와 관련된 뭐가 와도 온다는 뜻이다. 아마 머지않은 시간 내에 정부의 또는 기업의 그런 발표를 여러분은 들으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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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미래 경쟁력을 바탕으로 판단돼야 할 기업 고유의 투자 결정이 외부 요인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지역균형 발전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지만 기업이 원해서 스스로 투자하도록 지원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기업의 지역투자 계획은 이달말 정부와 기업 간의 간담회에서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는 주요 그룹 총수 혹은 대표이사의 참석이 논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