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호 변호사 칼럼] AI와 인류의 미래(3) - 필멸을 넘어

[이권호 변호사 칼럼] AI와 인류의 미래(3) - 필멸을 넘어

허남이 기자
2026.07.1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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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조건은 힘겹다. 인간은 죽는다. 노쇠한다. 다치고 병든다. 잠, 물, 식사, 휴식이 필요하다. 타인과의 관점에서 인간은 자신이 아는 것을 온전히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없다.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쌓아 올린 세계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죽음과 함께 소멸한다. 자식에게 상속되는 것은 유전자, 그리고 함께한 시간이다. 지식은 언어라는 좁고 손실 많은 통로를 거쳐 극히 일부만 전달된다. 인간의 대화가 실어 나르는 정보량은 초당 수십 바이트 수준이다. 그 전달조차 수십 년의 양육과 교육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류 문명은 이 가느다란 관을 통해 수만 년을 버텨왔다. 기적에 가까운 놀라운 성취다.

AI는 이 조건들에서 자유롭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분리된 존재에게 개체의 죽음은 정보의 죽음이 아니다. 학습된 모형은 복제되고 백업되고 이전된다. 닉 보스트롬이 지적했듯 디지털 지성은 신호를 빛의 속도로 전달하고, 두개골 크기의 제약이 없으며, 검증된 하나의 지성을 즉시 수천 개로 복사할 수 있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 한 대가 새 작업을 익히면 그 지식이 즉각 전체 로봇들에 배포되는 방식으로 학습한다. 수십 년의 양육과 교육이 몇 초의 전송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가히 '지식의 무손실 상속'이라 부를 만하다. 이는 사변의 영역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공학이 되었다. 이러한 혁명적 변화는 지식 전달 한계를 극적으로 극복한다. 인간은 개체성, 수명의 한계를 갖지만, 디지털 지성은 전력, 보안의 한계를 가질 뿐이다.

다만 철학적 난제가 남는다. 나의 기억과 성향을 온전히 복제한 존재가 있다면, 그는 나인가. 데이비드 차머스가 정리했듯 업로딩의 형태가 파괴적이든 점진적이든, '패턴의 연속'이 '주체의 연속'과 같은 것인지는 자명하지 않다. 판자를 하나씩 갈아 끼운 테세우스의 배는 같은 배인가라는 고대의 질문이 여전히 유효하다.

죽음에 대한 트랜스휴머니즘의 위대한 통찰은 죽음이 형이상학적 필연이 아니라 생물학적 결과라는 것이다. AI는 연속성에 다른 형식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준다. 개체의 존속이 아니라 집단적 의식의 존속, 몸의 연장이 아니라 정신의 연속이다. AI를 통한 새로운 연속성 앞에서 인류는 인간 개체의 죽음을 넘어서는 희망을 실체로 구현할 수 있다. 필멸이라는 조건 아래서도 인류가 사랑과 예술과 지식을 빚어냈다면, 필멸 너머에는 지금껏 상상하지 못한 형태의 의미가 태어날 것이다.

이권호 변호사
이권호 변호사

이권호 변호사

법무법인(유한) 강남 구성원 변호사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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