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디펜스USA는 미 육군과 K9 차륜형 자주포(K9MH) 시제품 6문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국산 무기체계로 미국과 계약을 맺은 첫 사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차륜형 자주포로 글로벌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K9MH는 기존 궤도형 K9의 기술을 기반으로 기동성을 높이고 자동화 포탑을 적용했다.
이번 계약은 미 육군이 추진하는 차기 자주포 도입 사업의 일환이다. 미 육군은 올해 초부터 주요 글로벌 방산업체에 신형 자주포 시제품 제작을 의뢰하고 납기와 요구 성능, 현지화 비용 등을 다각도로 평가했다. 한화는 앞으로 최대 4년간 미 육군의 작전운용개념에 맞는 K9MH의 세부 조건들을 보완하는 과정을 진행키로 했다. 미군은 통상 이 같은 맞춤 조정을 거친 후 결함이 없으면 최종 양산 계약을 체결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내 생산 기반 확보를 위해 단계적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4월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을 3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자주포 공급망에도 투자해 미국 전투차량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미국 육군의 장기 전력 현대화 파트너로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미 육군은 당초 2020년대 초부터 신형 58구경장 화포를 탑재한 궤도형 자주포 개발 사업(ERCA)을 추진했다. 이후 국제정세 악화 등으로 병력의 장거리 전개 수요가 늘면서 기동성이 높은 차륜형 자주포를 확보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김동관 수석부회장 등 한화그룹 경영진은 이 같은 미군의 자주포 수요 변화를 예상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화 측은 '반드시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미 육군의 사업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했고, 2024년 3월 미 육군 예산안에 차륜형 자주포 관련 사업이 포함된 것을 포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토대로 같은 해 12월 K9MH 개발에 착수했다. 약 2년 전부터 미 육군의 전력 운용 방향 변화를 읽고 제품 개발에 나선 선제 대응이 이번 시제품 계약으로 이어진 셈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K9 자주포가 세계 최대 방산 시장에 진입한 의미 있는 성과이자 대한민국의 무기체계가 미국을 지키는, 한미동맹의 새 역사를 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으로 미국에서도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