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M터치 사회나눔(45)]재즈는 자유다, 재즈클럽에서 만나는 즉흥의 미학

[MT&M터치 사회나눔(45)]재즈는 자유다, 재즈클럽에서 만나는 즉흥의 미학

문병환 기자
2026.10.0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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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밖에서 태어나 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음악

재즈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자유'라고 말할 수 있겠다. 재즈의 뿌리는 미국 흑인들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억압 속에서도 그들은 블루스와 영가, 아프리카의 리듬을 통해 슬픔과 기쁨을 표현했고 그것이 재즈로 발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재즈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뒤의 역사다. 1930년대 스윙 시대가 열리면서 재즈는 거대한 댄스음악이 됐다. 빅밴드의 연주에 맞춰 수많은 사람이 춤을 췄고, 백인 밴드들도 스윙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러나 1940년대에 들어 찰리 파커·디지 길레스피·셀로니어스 몽크 같은 전설적인 흑인 뮤지션들은 또 다른 길을 개척한다. 뉴욕 할렘의 민턴스 플레이하우스 같은 클럽에서 밤늦도록 이어진 잼 세션을 통해 그들은 훨씬 빠른 템포, 복잡한 화성과 리듬, 고도의 즉흥연주를 실험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비밥(Bebop)'이다. 흔히 "백인들의 스윙댄스에 반발해 춤출 수 없는 음악을 만들었다"고 설명하지만, 더 중요한 의미는 재즈를 단순한 댄스음악에서 벗어나 연주자가 주도하는 예술로 확장했다는 데 있다.

여러 재즈클럽을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란 Young & Beautiful Band'가 10월 3일 종로 재즈클럽 블루아워에서 재즈를 기반으로 라틴·보사노바·샹송 등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사진=문병환 기자
여러 재즈클럽을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정란 Young & Beautiful Band'가 10월 3일 종로 재즈클럽 블루아워에서 재즈를 기반으로 라틴·보사노바·샹송 등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사진=문병환 기자

■"정해진 길만 가지 않겠다." '틀린 음'을 '맞는 음'으로 바꾼 마일스 데이비스

정해진 길만 가지 않는 것. 악보와 코드를 출발점으로 삼되 그 경계, 즉 '엣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 그것이 재즈의 매력이다. '재즈계의 쇼팽'이라 불리는 빌 에반스의 음악철학에서도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재즈를 처음부터 코드와 모드, 화성으로 이해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때로는 전문가보다 예민한 일반 청자의 순수한 귀가 음악의 본질을 더 빨리 느낄 수도 있다. 재즈는 공부보다 시간과 반복적인 노출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에게는 음악을 느끼는 보편적인 마음이 있다.

재즈의 즉흥성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재즈계 최고의 천재 마일스 데이비스의 밴드에서 연주하던 젊은 허비 행콕이 공연 중 그만 '틀린 코드'를 쳤다. 그런데 마일스는 연주를 멈추지 않고 그 코드에 어울리는 음을 즉석에서 연주했다. 순간 '틀린 코드'가 더 이상 틀리지 않은 음악이 되었다. 재즈에서 중요한 것은 실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일어난 일을 새로운 음악으로 만드는 능력이다.

1940년생인 허비 행콕은 마일스 데이비스가 발굴한 천재 피아니스트로, 재즈뿐 아니라 펑크·R&B·일렉트로닉·힙합까지 장르의 경계를 계속 허물어온 혁신적 음악거장으로 성장했다. 현재 86세 고령임에도 현역으로서 공연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1970년대 인기 포크듀오 '사월과오월'의 창립멤버인 백순진 가수를 비롯한 음진인들, 2026 제19회 머니투데이도전청춘가요제 대상 수상팀인 '우나마스밴드' 등 M터치 관계자들이 블루아워 공연을 단체관람하고 있다./사진=문병환 기자
1970년대 인기 포크듀오 '사월과오월'의 창립멤버인 백순진 가수를 비롯한 음진인들, 2026 제19회 머니투데이도전청춘가요제 대상 수상팀인 '우나마스밴드' 등 M터치 관계자들이 블루아워 공연을 단체관람하고 있다./사진=문병환 기자

■2026년은 음악거장 마일스 데이비스·존 콜트레인·척 베리의 탄생 100주년 해

음악사의 재미있는 우연도 있다. 현대 음악계 거장인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척 베리. 세 사람 모두 1926년생이다. 올해가 이들의 탄생 100주년 해여서 특별하다. 같은 세대가 한쪽에서는 모던재즈를(마일스 데이비스·존 콜트레인), 다른 한쪽에서는 로큰롤(척 베리)을 개척해 폭발적으로 발전시켰으니 놀랍기만 하다.

1959년 마일스는 콜트레인과 빌 에반스 등이 참여한 불후의 명반 'Kind of Blue'를 발표한다. 하지만 1950년대 후반 척 베리에 이어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이 폭발하고, 1960년대 비틀즈와 롤링 스톤스를 필두로 록 음악은 이후 40여 년간 세계 대중음악을 이끄는 중심 장르로 자리 잡았다. 재즈가 만들어낸 자유와 반항의 에너지를 후배격인 로큰롤과 록이 거대한 대중문화로 확장한 셈이다.

그러자 재즈 혁신가인 마일스 역시 전자악기와 록을 받아들이며 퓨전재즈로 또다시 변신한다. 멈추지 않는 것, 경계를 넘는 것, 어제의 정답에 안주하지 않는 것. 마일스의 음악 인생 자체가 재즈였다.

30여년 전 대학로에서 시작해 오랫동안 대학로를 지켜온 천년동안도는 수년 전 종로 낙원상가 인근의 아담한 공간으로 자리를 옮긴 뒤 큰 성황을 이루며 한국 재즈클럽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문병환 기자
30여년 전 대학로에서 시작해 오랫동안 대학로를 지켜온 천년동안도는 수년 전 종로 낙원상가 인근의 아담한 공간으로 자리를 옮긴 뒤 큰 성황을 이루며 한국 재즈클럽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사진=문병환 기자

■재즈는 음반보다 무대에서 더 뜨겁다...달인 뮤지션을 만드는 작은 클럽들

하지만 이런 역사와 이론보다 훨씬 좋은 재즈 입문법이 있다. 재즈클럽에 직접 가보는 것이다. 재즈클럽에서는 어려운 재즈만 연주하지 않는다. 블루스·라틴·소울·펑크·포크·록·팝·월드뮤직까지 자유롭게 넘나든다. 인기 팝송이나 가요를 재즈스타일로 편곡하여 공연하는 것도 흔하다.

대표적인 재즈클럽으로, 서울에는 종로·광화문권의 천년동안도·디바 야누스·블루아워, 홍대의 클럽 에반스, 이태원의 올댓재즈·부기우기 같은 무대들이 있다. 특히 올댓재즈는 1976년 문을 열어 올해 50주년을 맞았다. 경영난 등으로 서울 강남과 강북 곳곳으로 여러 차례 자리를 옮겨가며 명맥을 이어오던 야누스 역시 지난해 광화문으로 이전한 이후 성황을 이루고 있다. 1978년 시작해 어느덧 반세기에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재즈클럽은 화려한 대형 공연장보다 50~100석 정도의 작은 공간이 오히려 잘 어울린다. 임대료 높은 대로변보다는 골목과 지하, 건물 위층에서 관객과 뮤지션이 가까이 호흡하는 무대가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런 작은 무대들이 달인급 뮤지션을 만들어낸다. 관객 앞에서 수없이 연주하고, 서로의 예상치 못한 음을 받아내고, 때로는 실수마저 음악으로 만들어내는 경험이 쌓여야 진짜 프로가 된다. 달인을 만드는 것은 결국 무대다. 그래서 재즈클럽을 찾는 일은 단순히 술 한잔하며 음악을 듣는 소비가 아니다. 좋은 뮤지션이 계속 연주할 수 있게 하고, 다음 세대의 연주자가 성장할 무대를 지켜주는 일이기도 하다.

유명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가 공동 경영하는 디바 야누스 역시 지난해 강남에서 광화문 조선일보 사옥 뒤편 2층으로 이전한 이후 성황을 이루고 있다./사진=문병환 기자
유명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가 공동 경영하는 디바 야누스 역시 지난해 강남에서 광화문 조선일보 사옥 뒤편 2층으로 이전한 이후 성황을 이루고 있다./사진=문병환 기자

■그래서 우리는 재즈클럽으로 간다

머니투데이도전청춘가요제 주관자인 공연&문화허브 M터치와 음진인(행주산성 '아트홀K' 운영진)은 한국 공연문화와 재즈클럽, 뮤지션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10월 3일 종로 블루아워를 찾았다. 재즈클럽과 가장 잘 어울리며 깊은 영감을 주는 대표적인 뮤지션으로 '정란 Young & Beautiful Band'를 선정, 단체관람을 한 것.

정란은 재즈를 기반으로 라틴·탱고·샹송·월드뮤직·R&B·포크 등 다양한 장르를 노마드(Nomad)처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재즈 보컬리스트이다. 눈앞에서 달인들이 서로의 소리를 듣고 밀고 당기며 순간순간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제대로 '뮤직샤워'를 했다.

재즈를 잘 몰라도 괜찮다. 코드를 몰라도, 음악이론을 몰라도 된다. 먼저 재즈클럽의 문을 열고 들어가 그냥 들어보자. 그러다 어느 순간 피아노가 던진 한 음에 베이스가 대답하고, 드럼이 길을 틀어주자 보컬과 색소폰이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날아가는 순간이 들리기 시작한다. 그때부터 재즈는 더 이상 어려운 음악이 아니다.

재즈는 자유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되 서로의 소리를 듣는 자유, 실수조차 새로운 길로 바꾸는 자유. 그리고 그 자유는 오늘 밤에도

작은 재즈클럽의 무대 위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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