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래시장과 SSM의 동거는 불가능?

[기자수첩]재래시장과 SSM의 동거는 불가능?

김유림 기자
2010.09.13 08:05

"명절 대목이요? 재래시장하곤 별 상관없는 이야기에요. 이미 오래전부터 그랬어요."

한가위를 열흘 앞둔 12일. 남대문 시장에서 홍삼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의 한숨섞인 푸념이다. 이 상인의 말처럼 '대목 경기 잃은 썰렁한 재래시장'은 이제 명절 때마다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 됐다.

자연스레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재래시장의 설 자리를 앗아가는 '골리앗'쯤으로 여겨진다. 9월 정기 국회에 상정된 이른바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률' 역시 유통 대기업과 재래시장의 대결구도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SSM을 막는다고 해서 그 수요가 그대로 재래시장으로 갈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재래시장이 외면 받는 원인을 대기업에서만 찾을 경우 정책이 제대로 된 방향을 찾지 못할 우려가 크다. 사실 소비자들이 시장을 찾지 않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주차장이 없다`, `위생을 믿기 힘들다`, `카드를 받지 않는다`, `질문을 해도 친절하게 답해 주지 않는다` 등등.

유통이 기업화되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선진국에서도 경제 발전에 따라 재래유통의 비중이 낮아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재래시장이 아예 없어지진 않았다. 선진국에선 재래식 유통과 대기업이 주도하는 기업형 유통이 각각의 장점을 살려 공존하고 있다.

SSM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 최근 부산 좌동에서 사업조정 합의를 이끌어낸 사례에서 보듯, 기업형 유통과 재래 유통이 공존할 방법은 분명 있다. 홈플러스는 지역 주민들을 우선 고용하고 공연 같은 문화 활동, 환경 미화나 재활용 주도 같은 지역공헌 사업을 하겠다고 약속해 합의를 도출했다. 좌동 지역 상인들은 홈플러스가 지역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데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공정한 시장질서를 위해 대기업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 전에 기업형 슈퍼와 재래시장이 상호 보완해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유통 환경을 만드는 일에 대한 깊은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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