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A제과업체엔 대형마트의 구매 담당자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다. 이 제과업체는 이달 초 과자 값을 올리면서 출고가 인상률이 평균 한 자릿수 내외라고 공표했다. 하지만 일부 대형마트 등에 납품한 가격 인상률은 이를 훨씬 더 웃돌았다.
해당 대형마트들은 가격인상이란 이슈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더 챙긴다고 비난받았고, 급기야 제과업체로부터 받은 '납품가 인상률'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제과업체 출고가 인상률과 납품가 인상률이 달라진 이유는 판매채널이나 유통업체별로 인상률이 다 다른데 제과업체가 이를 단순 평균해 한 자릿수 인상률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권장소비자가가 얼마 인상됐다고만 알리면 될 사항이 '오픈 프라이스' 도입으로 가격 결정구조가 오히려 복잡하고 더 비밀스러워졌다. 가격 거품을 없애려고 도입했던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소비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보며 오픈 프라이스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오픈 프라이스는 제조업체에서 책정하던 권장소비자가격 표시를 금지하고 유통업체별로 상품 가격을 표기해 판매하도록 한 제도다. 제품의 최종판매자인 유통업체가 자체적으로 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도록 해 가격 거품을 제거하고 유통업체 간 경쟁을 통해 가격의 하락을 유도하고자한 취지다.
하지만 곳곳에서 '오픈 프라이스'의 헛점이 노출되고 있다. 일부 제과업체들은 아예 예상판매가격까지 유통채널에 제시하며 '오픈 프라이스'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제과업체가 유통업체에 보내는 공문에 가격 인상 항목들을 열거하며 납품가와 함께 예상 판매가도 나열하는 경우도 확인됐다.
이는 오픈프라이스를 통해 자율 경쟁을 유도한다는 본래 취지에 벗어난 것임에는 분명하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제과업체 측에서 유통채널 판매자들의 편의를 위해 예상 판매가를 책정해 넘겨주기도 한다"며 "이 가격 그대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판매가격 형성의 기준은 된다"고 귀띔했다.
오픈프라이스제도가 이제 본격 시행한 지 1년이 채 안됐는데 이런 현실이라면 나중엔 얼마나 더 희한한 일이 생길 지도 모를 일이다.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재정비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