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작업남 둔갑'··· 구찌 왜 먹히나 했더니

'시인이 작업남 둔갑'··· 구찌 왜 먹히나 했더니

밀라노(이탈리아)=이현범 로피시엘 옴므 패션 디렉터
2012.01.19 08:21

섹시한 그 남자들이 입는 그 옷, 밀라노에서 시인의 감성을 꽃피우다

▲구찌의 슬림 & 섹시 라인을 잘 살린 수트 스타일.
▲구찌의 슬림 & 섹시 라인을 잘 살린 수트 스타일.
▲ 이번 시즌 구찌는 다양한 겹쳐입기를 시도하고 있다.
▲ 이번 시즌 구찌는 다양한 겹쳐입기를 시도하고 있다.

밀라노 컬렉션 3일째, 운전 기사가 한마디 한다.

“이번엔 확실히 전 세계에서 온 프레스가 줄어든 것 같아요.” 차가 밀리는 것이 덜 하다는 표현이다.

전 세계의 경기 불황 탓인지 남성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밀라노 컬렉션에 참가하는 프레스도 조금 준 것도 사실. 일본 패션 뉴스의 편집장인 카나메는 일본 프레스는 30여명 정도로 지난해에 비해 확실히 적게 참여했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잇따른 남성 패션의 열풍을 몰고 온 중국, 홍콩, 한국은 여전히 많은 매거진에서 많은 프레스가 참가하고 있다.

여하튼 밀라노 패션 위크는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조용히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16일 오후 12시 30분 (이탈리아 현지 시각)에 밀라노 컬렉션 중 최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구찌의 쇼가 열렸다.

구찌는 남성복 브랜드 가운데서도 가장 섹시하고 날렵하며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프리다 지아니니 여사가 다이어트를 할 만큼이나 나날이 늘씬한 라인을 뽐낸다.

또한 옷 못지않게 가방과 슈즈, 액세서리 등도 많이 선보여 늘 남성 고객의 발길을 머물게 하는 넘버원 브랜드이며, 우리나라에서도 구찌 쇼가 열릴 때면 수영 선수 박 태환부터 소녀시대, 톱 모델 이소라, 배우 고수 등이 즐겨 관람하는 특히 스타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 시인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컬렉션 천장을 수천 송이의 장미로 장식했다.
▲ 시인의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컬렉션 천장을 수천 송이의 장미로 장식했다.
▲ 잘 떨어지는 라인이 특징인 구찌이지만 이번 시즌, 코트의 어깨라인은 한결 풍성해진 것이 특징이다.
▲ 잘 떨어지는 라인이 특징인 구찌이지만 이번 시즌, 코트의 어깨라인은 한결 풍성해진 것이 특징이다.

구찌 쇼 장 앞에 모인 수많은 인파를 뚫고 도착한 로비에 들어서자 장미꽃 수천송이가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채 우리를 맞이했다. 이것은 영화 <토털 이클립스>의 시인 랭보처럼 자신만의 스타일은 만들어내지만 내면은 고통 받고 있는 시인들의 스타일을 재해석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대부분 단벌 신사인 시인을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인 구찌가 어떻게 업그레이드했을지 궁금해졌다.

“물론 여기에 비스콘티(1277년부터 1447년까지 밀라노와 롬바르드를 지배한 이탈리아의 명문가)가문의 콘셉트를 더해서 완성했죠. 현대적인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차용한 키워드는 19세기 풍의 패브릭, 오버사이즈 코트, 댄디한 셔츠, 할리우드에 도착한 젊은 배우의 태연함입니다.”

프리다 지아니니의 말이 더해지자 새삼 이해가 되었다. 어떤 브랜드든 매번 영감을 받고 그것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마련. 이번에 구찌는 시인에게 영감을 받았고 거기에 비스콘티 가문의 럭셔리함과 19세기의 다양한 키워드를 더해 젊은 배우의 위풍당당함을 완성한 것이다.

흥미진진하게 올 가을 룩의 탄생 배경을 듣고 있자니 쇼는 시작되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보헤미안 그런지 룩. 그러니까 잘 사는 명문가의 풀어진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 컬러풀한 악어가죽의 보스턴백이 눈길을 끈다.
▲ 컬러풀한 악어가죽의 보스턴백이 눈길을 끈다.

구찌의 타이트한 피트는 여전하지만 재킷이나 코트의 어깨선은 더 여유로워졌다. 심지어 둥근 라인의 코트도 나온다.

예술적인 프린트와 퇴폐적인 레드와 피콕 그린 컬러는 여기에 흥을 더한다. 마치 카라바조(이탈리아 초기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 화가로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표현, 근대사의 길을 개척)의 그림처럼 강렬하다.

시인하면 생각나는 꽃도 고루 쓰였다. 꽃봉오리 같은 겹쳐 입기가 모든 룩에서 선보였고, 이브닝 룩에서는 가슴팍에 꽃장식의 브로치가 꽂혔다.

▲ 화려한 벨벳소재에 섬세한 꽃장식으로 더욱 풍성한 화려함을 보여주고 있다.
▲ 화려한 벨벳소재에 섬세한 꽃장식으로 더욱 풍성한 화려함을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쾌락 주의자를 연상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벨벳 소재의 턱시도 룩에는 반작이는 실로 꽃을 그려내 그야말로 화려한 이브닝 스타일을 완성해냈다.

이 벨벳 소재의 턱시도 룩들은 유명 작가였던 오스카 와일드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고급화 전략을 가져가는 구찌답게 비버 퍼 코트나 쿠바산 양가죽백 등 희소성 높은 소재들이 고루 활용되었다.

남자들이 열광하는 구찌의 액세서리 역시 한결 화려해졌는데 먼저 가방은 여행갈 때나 적합할 듯한 닥터백과 컬러풀한 악어가죽의 보스턴백이 주를 이룬다. 특히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은 로맨틱한 로사리에(로마 가톨릭 시대의 묵주)풍의 목걸이.

터틀넥이나 셔츠 안쪽에 착용하면 섬세하면서도 우아할 수 있을 것이다. 비스콘티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카프리오가 살아나온 듯한 구찌의 가을 룩은 남자들의 연애 지수를 높여주면서도 잊힌 감성을 깨울 그야말로 시적인 컬렉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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