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가 안 좋다는 변명이 한 두 번은 통하죠. 하지만 이 말을 세 번째 하는 순간, 곧 짐을 싸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듭니다. 매번 경기 탓만 할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경기는 정말 안 좋고, 죽을 맛이네요."(A패션업체 임원)
'춘래불사춘'. 올 봄에도 패션업계에는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특히 여성복 업계는 올 3, 4월 봄 시즌 매출이 최근 몇 년 새 최악의 침체를 보이면서 사업을 접는 브랜드도 속출했다.
짧은 봄을 뒤로 하고 6월 초부터 이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더위뿐 아니라 장마도 평년보다 빠르게 시작돼 날씨마저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통상 기온이 오락가락하면 소비자들은 의류 구매를 더욱 망설이게 된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감안해 업체들도 봄, 가을 시즌의 물량을 줄이고 여름과 겨울에 초점을 맞췄다지만 매출 타격은 적지 않다. 상당수 가두 브랜드들이 이미 시즌오프 세일에 돌입했고, 백화점 여성복 브랜드들도 세일에 들어가 6월 중순 이전에 여름 상품 소진율을 최대한 끌어 올릴 예정이다.
아웃도어 업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종류의 기능성 제품들을 쏟아내고,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소비심리를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 부진과 기후변화가 패션업계 불황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 패션업체들이 고전하는 사이 일본 SPA(제조·유통 일괄화 의류)브랜드 유니클로가 무서운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니클로는 이달에만 전주와 광주에 3개 매장을 열었고 울산, 거제, 대전 등에도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교외형 매장 1곳도 추가로 열 예정이라 조만간 매장 수 100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유니클로는 내년까지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문가들은 유니클로의 성공요인으로 '히트텍'을 탄생시킨 발 빠른 상품 기획력과 마케팅 전략을 첫손에 꼽는다.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지갑을 열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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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어려워도 '되는 브랜드'는 된다. 고만고만한 '제2의 유니클로'가 아닌 유니클로를 능가하는 국내 메가히트 브랜드의 탄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