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떼를 쓰고 있다는 건 알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야기가 커지면 저희만 피곤하죠. 해달라는 대로 해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개그프로그램에서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며 물건을 바꿔달라는 '정 여사'. 이 정 여사 같은 블랙컨슈머에 어떻게 응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백화점 관계자들은 손사래를 쳤다. 불리한 소문이 커지고, 안 좋은 이미지가 박힐까봐 정 여사 식 생떼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블랙컨슈머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됐지만 유통업계의 대응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으로 오히려 퇴보했다는 목소리도 들렸다.
유통업계는 수년 전 상습적으로 구매와 환불을 반복하며 상품권이나 현금 등 금품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들을 막기 위해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선의의 고객마저 잠재적 블랙컨슈머로 인식한다는 여론에 떠밀려 블랙리스트는 사라졌고, 유통업계의 블랙컨슈머에 대한 대응도 더 나가지 못했다.
천적조차 없는 상황이어서 '정 여사'의 수법은 거듭 대담해졌고 진화했다. "백화점 매장에서 옷을 사고 마음에 안 든다고 진상을 부렸더니 환불해주고 10만원짜리 상품권까지 주더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하는가하면 공공연히 그 비법(?)을 공유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겼을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블랙컨슈머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제품 가격에 전가되고, 이를 다시 대다수 선의의 고객들이 나눠서 부담한다는 점이다. 악성고객이 챙겨가는 부당한 이득이 결국은 나머지 고객들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블랙컨슈머를 근절하는 첫 단계로 업체의 일관되고 확고한 대응을 꼽았다. 기업의 잘못된 보상 관행이 악성고객에게 "이렇게 하면 뭐라도 더 주겠지"라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유통업계가 블랙컨슈머에 제대로 된 대응 원칙을 세우기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한 TV홈쇼핑 업체는 상습적인 환불이나 욕설로 업무방해 를 하는 고객 수가 2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소비자보호원 중재나 고발, 고소 등 블랙컨슈머가 두려워할 만한 대응으로 이어진 경우는 1건도 없다고 했다.
블랙컨슈머의 비뚤어진 경험담은 이제 기업 스스로가 눈감아줘서는 안 된다. 터무니없는 블랙컨슈머의 요구는 엄단하고, 선의의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