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약매입 가이드라인 추진…백화점 "특약매입 없어지면 중소브랜드 발굴 힘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 거래관행 개선을 또 다시 강조하며 유통업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올해 주요 업무계획으로 특약매입과 판촉비용 전가 등 유통업계의 비정상적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특히 특약매입은 늦어도 올 2분기까지 유통업체와 납품업체 간 비용 분담 기준을 명확하게 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특약매입이란 대형 유통업체가 반품을 해주는 조건으로 납품업체로부터 상품을 외상으로 매입하고, 판매수수료를 제외한 상품대금을 납품업체에 다시 지급하는 거래방식. 백화점은 전체 납품거래의 70% 이상을, 대형마트는 20% 이상을 이 특약매입 방식으로 들여오고 있다.
판매수수료율 인하와 판매장려금 제도 개편, 특약매입 표준거래계약서 개정 등은 하나같이 대형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정책들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가뜩이나 출점 규제, 의무 휴업 등으로 매출이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또다시 특약매입까지 건드리는 것은 유통업체를 지나치게 코너로 몰고 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들린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백화점업계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주요 백화점의 특약매입 비중은 평균 72.5%에 달한다. 거래 비중이 워낙 높다보니 공정위가 특약매입 관행 개편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면 백화점 매출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다.
A백화점 관계자는 "특약매입은 유통업체와 납품업체의 상호 합의 하에 오랜 기간 이어져온 관행으로 단기간에 이를 바꾸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실제 A백화점의 특약매입 비중은 68%에 달한다. 반면 '임대 을'이나 '직매입' 거래 비중은 각각 26%, 3%에 불과하다.
문제는 특약매입을 줄일 경우 임대 을 계약방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매장을 임대하고 상품 판매대금 일부를 임차료로 내는 것이 임대 을 계약이다. 그러나 임대 을 계약은 매출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유명 브랜드가 주로 채택하는 방식으로, 일정 수준 이상 매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백화점은 물론 입점업체에도 독이 될 수 있는 계약이다.
이에 따라 중소 브랜드의 백화점 입점이 한층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B백화점 관계자는 "특약매입은 중소 제조업체의 백화점 진입장벽을 낮추는 순기능도 있다"며 "특약매입이 감소하면 중소업체 입점은 물론 백화점의 신규 브랜드 발굴도 크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특약매입이라는 안전장치가 없을 경우, 백화점이 최소 매출을 보장받기 힘든 중소 브랜드와 계약하는 것 자체를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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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온라인 브랜드나 길거리 패션 등 최근 백화점 패션의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브랜드 중 상당수는 특약매입이 대부분인 '팝업스토어'(짧은 기간 운영되는 일종의 테스트 매장)를 통해 백화점 무대에 데뷔해왔다. 매장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좌우되는 백화점 입장에서는 특약매입 방식이 아니라면 신규 브랜드 발굴이 힘들어 매출에 더욱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규제는 중소기업 납품업체에도 좋을 것이 없다.
한편 공정위는 이날 지난해 식품업계를 흔들었던 '밀어내기 횡포' 관행에 대해 내달 특정 재판매거래 불공정행위 고시를 제정하는 등 이를 사전 차단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다수의 식품업체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상생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며 "공정위 시책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밀어내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했다"며 "공정위의 정책과 별도로 앞으로 밀어내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유업도 "대리점이 주문한 내용을 임의로 조작할 수 없고, 고충처리 코너를 만들어 관리하는 등 밀어내기 근절 방안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지금도 대리점주 제품 인수를 거부할 권리가 있어 필요 이상의 제품을 받지 않고 있다"며 "무리하게 대리점에 제품 인수를 권고한 직원들은 인사 상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밀어내기는 이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