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으로 가는 '시간제 일자리' 채용

[기자수첩]산으로 가는 '시간제 일자리' 채용

엄성원 기자
2014.03.19 05:45

"경기가 안좋아서 요즘 하루하루가 비상입니다. 솔직히 시간제 일자리까지 챙길 엄두가 안 납니다. 하긴 해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시간제 일자리 채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는 질문에 한 유통업체의 인사 담당 임원이 한숨섞인 푸념을 늘어놨다. 한치 앞이 안 보이는 불황의 그늘이 짙어 시간제 일자리를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

실제 유통업계 채용 현황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와 약속한 시간제 일자리 채용은 간신히 시작만 했을 뿐 제자리 걸음이다. 시간제 일자리는 커녕 상반기 신규 채용조차 보류하는 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 상반기 시간제 일자리로 2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3월 현재 절반도 뽑지 못했다. 채용인원은 780명선으로 당초 밝힌 채용목표를 채우려면 3개월여간 1200여명을 시간제 일자리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

신세계그룹 상황은 그나마 낫다. 정부와 약속한 시간제 일자리 1000개 목표는 채웠다. 하지만 올해는 시간제 일자리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구상을 내놨을 때 경쟁적으로 화답하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는 셈이다. 심사숙고 없이 거창한 계획만 내세운 탓에 시간제 일자리 창출 약속이 말 그대로 빈 '공약'(空約)이 된 것이다. 물론 장기 불황으로 마이너스 실적을 거듭하고 있는 업계 현실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시간제 일자리 채용을 약속했던 지난해 하반기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부도 지지부진한 채용 실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골목상권, 전통시장을 살린다며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에 무시무시한 규제 칼날을 들이 대는 한편 고용까지 늘리라고 무언의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일자리 창출은 매장 출점과 직결돼 있다. 새로운 점포를 열어야 온전히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구조다. 대형마트 신규출점은 막아놓고 사람을 뽑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유통업 규제와 내수 진작. 정부가 이 양날의 칼을 거두지 않는 한 시간제 일자리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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