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한국형 명품(K-메이드), "왜 우리는 안 되는가"

[광화문]한국형 명품(K-메이드), "왜 우리는 안 되는가"

원종태 부장
2014.05.30 06:30

세계 여성들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Must have item)'인 샤넬이나 루이비통 같은 '명품 핸드백'의 역사는 채 70년이 안 된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서구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고,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며 개인용품을 담고 다닐 가방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명품 핸드백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런 명품 핸드백은 하나 같이 프랑스(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이탈리아(페라가모, 프라다), 미국(마이클 코어스) 제품들로 1980년대 이후 일본의 이세이미야케 같은 브랜드가 뒤늦게 합류했다.

손재주 좋다는 한국은 다른 제조분야와 달리 이 명품 분야만큼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이런 관점에서 '자가 브랜드 생산방식(Original Brand Manufacturing)'으로 마이클 코어스나 코치 같은 명품 업체에 핸드백을 공급하는 한국 시몬느의 존재는 남다르다.

시몬느 박은관 회장은 원래 중저가 핸드백 제조업체인 청산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했다. 그런 그가 유럽과 미국으로 자주 출장을 다니며 "미국 브랜드만 따라 잡으면 당신도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조언을 듣는다. 박 회장은 고민 끝에 1987년 시몬느를 창업한다. 창업 이듬해 그가 도나 카란(DKNY) 뉴욕 본사로 날아가 당시 마케팅 임원인 알리다 밀러와 소냐 카프로니에게 시몬느의 핸드백을 납품할 기회를 달라고 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미팅 첫날 이들은 시몬느의 핸드백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다음날 알리다와 소냐는 어쩐 일인지 그와 눈조차 마주 치지 않으려고 했다. 시몬느가 명품 핸드백 납품 실적이 전무한데다 사람들은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원하지 '메이드 인 코리아'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에게서 돌아온 말이었다.

박 회장은 그러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그들에게 "왜 시몬느는 안 되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세계 어떤 명품들도 처음 시작은 시몬느와 똑같지 않았겠느냐"며 박 회장은 알리다와 소냐를 설득했다. 결국 시몬느의 기술력과 낮은 원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이들은 시몬느에 단 120개의 핸드백 오더를 줬다. 이렇게 출발한 시몬느는 지금 미국 명품 핸드백 시장의 물량 30%를 공급하며, 전 세계 1만3000여개 핸드백 제조업체 중 매출 1위 기업이 됐다.

시몬느의 오늘은 박 회장의 끈기와 열정만으로 탄생한 것은 아니다. 박 회장은 그 스스로 '좋은 지갑론'을 펼친다. "내가 직원들에게 좋은 급여를 주고 직원들의 지갑을 불려 주면 직원들이 내 지갑을 채워준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세다. 여기에 "작은 것을 존중하라"거나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과 호감을 가져라", "참여속의 변화" 같은 화두들도 시몬느가 15년만에 글로벌 명품 시장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비결이었다.

이 시몬느의 성공을 이제 한국 명품 산업 전반으로 확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한국형 명품, 'K-메이드'를 국가 차원에서 키우자는 것이다. 명품에 문외한이던 일본도 1980년대 이후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이세이미야케나 꼼데가르송, 겐조 같은 명품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 당장 밀라노와 파리, 런던, 뉴욕 등 세계 4대 컬렉션에 한국 디자이너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부터 열어주는 것이 절실하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나 지식경제부가 정말 꼼꼼히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역량 있는 디자이너들이 작품 활동에 매진해 해외무대에 자주 설 수 있다면 한국형 명품의 저변은 더 탄탄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명품 기업을 만들면 도대체 우리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될까. 2011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마이클 코어스는 당시 시가 총액이 4조원이었지만 현재는 20조원에 달한다. 한국 코스피시장에서 시총 20조원을 넘는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열 손가락에 꼽는다. 네이버나 기아차 같은 규모의 기업들이 명품 산업에도 생겨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한국형 명품에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왜 한국은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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