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샤넬 가격인하 '속내' 주목해야 하는 이유

[기자수첩]샤넬 가격인하 '속내' 주목해야 하는 이유

안정준 기자
2015.03.26 09:47

"이유가 무엇이든 가격인하는 반가운 일이죠. 120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제품도 있어서 이참에 저도 샤넬백 하나 장만하려고 해요."

최근 서울시내 한 백화점 샤넬매장 앞에서 만난 이모씨(31세)는 샤넬 가격 인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이씨와 함께 매장 앞에 줄을 선 다른 고객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가격을 왜 내렸을까"하는 의구심 보다 "좋다"는 반응이 앞서는 게 대다수 ‘명품’ 소비자들의 심리로 보인다.

이 같은 소비자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굳이 명품이 아니더라도 돈을 내고 사야만 하는 상품 가격 인하는 누구나 반갑다. 게다가 패션 역사가 50년이 채 안된 한국에서 선망의 대상인 ‘명품’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역사와 가치를 쌓아올린 패션 브랜드는 우리에게 없는 것이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보편적 심리’다.

하지만 이번 샤넬의 국내 최초 가격인하 만큼은 보편적 심리로 반응하기보다 가격 인하 배경을 톺아봐야 할 이유가 있다. 가격 인하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관통하는 사실이 "그동안 한국 가격이 유럽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샤넬이 한국 판매가격을 20% 인하하고 유럽 가격을 20% 올렸다는 점 자체가 이를 증명한다.

"환차익을 노린 회색시장 근절을 위해서"라는 게 가격 인하에 대한 샤넬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속성상 단순히 회색시장 근절을 위해 주요 시장인 한국에서 밑지고 장사할 이유가 없는 만큼 ‘20% 가격 인하’는 그동안 샤넬이 “20% 이상 가격을 부풀려 팔아왔다"고 볼 수 있다.

또 "한국에서는 적정원가보다 고가로 팔아도 된다"는 샤넬의 오만한 속내를 지탱해준 것은 아무리 가격을 부풀려도 ‘보편적 심리’로 반응하는 한국 소비자였을 수 있다.

이미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명품을 사들이는 규모는 연간 기준으로 12조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명품시장에서 8위에 해당하는 위상이다. 무시 못 할 주요 시장인 한국에서 “그래도 된다”는 논리로 접근하는 샤넬의 행태는 분명 기이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시장 규모에 걸맞지 않은 ‘보편적 심리’로 명품을 대하는 한 "그래도 된다"는 명품업계의 태도 역시 지속될 것이다. 그래서 샤넬이 가격을 인하하자마자 매장 앞으로 몰려간 ‘보편적 심리’가 조금은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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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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