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코크 묵은지 찌개 먹어봤어?이마트(79,800원 ▲2,000 +2.57%)에서 만들었다는데 맛이 끝내주더라고. 조금 비싸긴 한데 이 정도 퀄리티면 대박이지. 마트가 만든 게 이 정도인데 식품업체들 진짜 반성해야 돼."
최근 만난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는 지인에게 "식품업계를 출입한다"고 하니 돌아온 말이다. 2년 전 가족과 떨어져 홀로 세종시로 내려가 기러기 아빠가 된 그는 저녁 약속이 없으면 혼자 이마트에서 사온 피코크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고 했다.
피코크는 이마트가 내놓은 PB(private brand, 자체브랜드) 상품이다. 이마트가 제품을 개발하고 제조업체에 의뢰해 생산한 상품에 붙는 브랜드다. 찌개, 국은 물론 우동, 커피, 탄산수 등 제품군만 700여종에 달한다. 올해 매출만 1500억원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이마트가 식품을 기획, 개발한다'는 점이 아니라 그 제품이 '맛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피코크는 조리된 제품을 데워 먹는 간편식이 대다수다. 그런데 가격도 만만치 않다. 피코크 제품은 식품회사가 만든 상품에 비해 1.5배 비싸다. 그런데도 '맛있다', '가성비(가격대비성능비율)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품업체들은 이마트가 자체 유통망을 이용해 손쉽게 돈벌이를 한다고 비판한다. 제품도 시장에 나온 것을 베꼈을 뿐이라고 폄훼한다. 일부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비자는 맛과 품질에서 이마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식품회사가 만든 간편식이 간단히 한 끼를 때우는 데 머무는 사이 피코크는 제대로 된 한 끼 식사 대접을 받고 있다.
이는 식품업체들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의미다. 피코크가 대박을 칠수록 소비자는 일반 식품업체 고유 브랜드상품에 대해 "품질이 별로인데 가격거품만 잔뜩 끼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PB는 싸구려 제품'이라고 방심하던 식품업체들은 크게 한방을 얻어맞았다.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쟁해야할 때다. 넋 놓고 있다간 대형 식품회사라도 이마트 등 유통회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 식품회사들이 원하는 유통회사와의 대등한 파트너 관계는 제품력이 담보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