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가의 경영권 분쟁이 두 달도 안 돼 재점화됐다. 형제들의 반복되는 다툼에 롯데그룹을 향한 여론은 또 싸늘해졌다. "집안 싸움에 멀쩡한 기업이 골병드는 나라"라는 자조도 나왔다.
고령의 창업주는 또 다시 동영상에 등장했다. 큰아들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자신에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잘못을 밝힐 전권을 위임했다며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 서명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위임장에서 '회사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필요한 일체의 법적 조치 및 행위'를 위임한다는 대목은 창업주가 자식을 앞세워 자신이 세운 회사의 비리를 밝히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요란한 집안 싸움에 한 기업가가 끝내 '자기부정'을 하기에 이르는 씁쓸한 장면이다.
롯데가 도덕성에 대한 대중 신뢰가 흐려지는 사이 신 전 부회장 측은 '도의'와 '인지상정'을 호소하고 나섰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형을 후계자로 임명한 아버지의 뜻을 저버리는 것은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며 "경제적 지분 가치가 더 많은데도 경영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보편화된 지금 창업주 가족이나 특정 대주주를 위한 인지상정은 다른 중요한 가치들에 비해 우선순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다. 공동체 발전, 지속가능한 성장 등 기업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크게 주목받는 가치다.
신 회장 측이 이번 '2차 왕자의 난'에서 일관되게 내놓고 있는 입장은 꼭 지켜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 회장 측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해 진행하고 있는 경영투명성 강화 등 기업개선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연신 강조하고 있다.
신 회장은 여론이 더 돌아서기 전에 보다 구체적인 혁신 계획을 소비자와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신속한 실행으로 초기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호텔롯데 상장을 100% 승인받았다며 아버지와의 관계에 자신감을 보였듯 '도를 넘은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는 현실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도 발휘해야 한다.
600여년전 태종 이방원은 '2차 왕자의 난'을 막고 체제를 공고히 해 조선 초 발전사를 열었다. 신 회장에게는 이번 분쟁이 경영권 수호의 시험대이겠지만 롯데의 새 역사를 열 수 있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