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이면 파리바게뜨 사태가 100일째를 맞는다. 지난 9월 21일 고용노동부가 가맹점에 근무하는 제빵기사 5300여명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이들을 파리바게뜨가 직접고용하라고 지시한 이래 석달이 지났지만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0일 고용부가 1차로 163억원의 과태료 부과를 통보하면서 정부와 파리바게뜨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애시당초 이번 사태는 정부의 무리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불법적 업무지시가 있었으니 불법파견이고 시정조치는 직고용밖에 없다는 행정부의 도식적 판단이 사태의 발단이다. 이 과정에서 제빵기사는 물론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중소협력사 등 4자 관계가 얽힌 프랜차이즈업의 특성은 무시됐다. 본사 직고용시 인건비가 폭증해 수익을 못내는 좀비기업이 되고, 원가부담이 커지는 가맹점주는 매장운영이 어려워지며, 협력사는 하루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는 호소는 외면당했다. 벼랑끝에 몰린 가맹점주들이 제빵기사를 해고하고 차라리 직접 빵을 굽겠다며 반기를 들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물론 온종일 힘들여 빵을 굽고도 낮은 급여를 받고 부속품 취급을 받아온 제빵기사들의 처지를 이해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고용안정과 처우 개선은 별개로 논의해야할 문제이지 직고용만으로 일거에 해소될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파리바게뜨 사태는 노동의 문제이지만, 가맹점주와 협력사가 얽힌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100일간 파리바게뜨 관련 당사자들의 상처는 깊어졌다. 직고용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되면서 개별 가맹점 매출은 20%나 급감했다. 이 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과거 한 식구처럼 일했던 제빵기사들과 눈을 마주치기 어려울 정도로 서먹해진 관계가 된 것이다. 파리바게뜨 역시 이번 사태이후 부정적 이미지가 덧칠됐다. 외부의 따가운 시선에다 직원들이 동요하면서 사내 분위기도 말이 아니다.
파리바게뜨 정직원의 희망을 품었던 제빵기사들 역시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불안감을 호소한다. 자칫 기존 일자리 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미 300여명의 제빵기사들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정든 일터를 떠났다. 1000명이 넘는 제빵기사들이 직고용만을 외쳐온 민노총에 대항해 보다 유연한 한국노총 소속의 노조를 결성한 것이나 합작사로 이직을 선택한 직원이 3700명까지 불어난 것도 이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앞으로 정부와 회사간 소송전이 본격화하면 사태는 더 악화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파리바게뜨와 양대노총, 각 제빵 노조원들은 다음달 3일 2차 노사 간담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 더 어려워진다. 이제는 사태를 종식하고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그것이 마지막 남은 상생의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