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편의점 창업노트]③생활 깊숙이 침투한 오프라인 유통 플랫폼…시대 흐름따라 업계판도·영업방식 변화, 2022년 포화 전망도

"슬러시 먹고 갈래?" 1989년 5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단지내 상가에 등장한 '국내 1호 편의점(세븐일레븐)'은 지역의 명물이었다. 그동안 경험했던 동네슈퍼와는 완전히 달랐다. 깔끔한 인테리어, 밝은 인사를 건네는 친절한 직원은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시엔 시중에 유통되지 않던 수입과자가 즐비했다. 과일맛 샤베트 '슬러시', 컵을 구매해 탄산음료와 얼음을 따라 마시는 '걸프' 등은 학생 등 젊은 손님들을 편의점으로 끌어 들인 1등 공신이었다. 명절엔 와인·양주 등 고가 제품도 불티나게 팔렸다.
편의점 상륙 30년. 2018년 3월 현재 편의점에는 생필품부터 신선·냉동식품, 도시락, 커피, 담배·로또까지 없는 게 없다. 버스카드 충전, 현금 인출, 택배 수령 서비스도 한다. 아침 출근길 회사 앞 편의점에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퇴근할 때 집 근처 편의점에서 저녁식사용 도시락과 맥주를 구입할 정도로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유통채널로 자리잡았다. 과거 동네 골목마다 구멍가게가 있었다면 지금은 편의점이 있다. 학교는 물론 군부대에도 편의점이 들어섰다.

◇18년 걸린 편의점 1만개…10년만에 4배 껑충=국내 편의점은 대부분 미국·일본 등 유통기업과 기술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출발했다. 1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뿐 아니라 '로손'·'써클K(현 씨스페이스)'·'에이엠피엠' 등은 미국, '훼미리마트(현 CU)'와 '미니스톱'은 일본의 모델을 본떴다. 편의점 시장 초기 등장한 토종 브랜드로는 'LG25(현 GS25)'와 '바이더웨이'가 있다. 1989~1991년 3년간 8개 브랜드가 줄줄이 점포를 선보였다. 현재 운영 중인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은 '30년 편의점 역사'를 함께 써 온 장수 브랜드다.
국내 편의점 수는 5년만인 1993년 1000개를 넘어섰고, 18년만인 2007년 1만개를 돌파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내수경기가 완전히 얼어붙으면서 3~4년간 신규 출점 속도가 주춤했다. '진로베스토아', '스파메트로' 등 후발 편의점이 1997년과 1998년 각각 사업을 중단했다. 로손을 운영하던 코오롱유통도 IMF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했다. 1999년 세븐일레븐에 점포를 양도하고 미국 본사에 브랜드를 반납했다.
미니스톱은 국내 사업자였던 미원유통(대상그룹 계열사)이 운영을 접으면서 2004년부터 일본 본사가 직접 관리한다. 써클K도 사업자가 여러번 바뀌면서 미국과 기술제휴 계약을 청산하고 씨스페이스로 브랜드를 바꿨다. 토종 편의점 바이더웨이는 2010년 세븐일레븐에 인수 합병됐다. BGF리테일이 운영해 온 훼미리마트는 2012년 일본과 기술제휴를 청산하고 CU로 브랜드를 교체했다.
편의점 1만개 시대가 열리는 데 20년 가까이 걸렸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탄력이 붙으면서 10년만에 4만개를 넘어섰다. 특히 최근 2년은 연간 5000개씩 점포가 늘었다. 점포수가 증가하면서 시장 규모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편의점 등장 첫 해 14억원 이던 시장 규모는 1997년 1조원을 돌파했고 2007년 5조원, 2011년 10조원, 2016년 20조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말 시장 규모는 22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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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24시간' 운영공식…미래 편의점 시장은=대부분 편의점이 24시간 영업을 하지만 최근 이 같은 사업방식이 서서히 바뀌는 추세다. 24시간 내내 불을 밝히고 손님을 맞는 심야영업의 업무강도가 세고 효율은 낮아 가맹점주가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인건비 상승 등 비용 부담도 한 요인이다.
24시간 영업을 강제했던 본사들은 계약 체결 때 심야영업 여부를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 24시간 운영 점포라도 일정기간 수익을 분석해 심야시간대 손실이 나면 문을 닫을 수 있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편의점 이마트24의 경우 전체 점포 중 심야시간대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 비율이 70%에 달한다. 다만 CU·GS25 등 주요 편의점의 경우 24시간 미운영 점포 비율은 13~17% 수준이다. 이는 쇼핑몰·지하철·학교 등 심야에 건물 전체가 문을 닫는 특수상권을 포함한 수치로 이들 점포를 제외하면 24시간 미운영 점포는 전체의 1~2%로 줄어든다.
업계는 국내 편의점 신규 출점 등 시장 성장 여력이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국토면적·총인구·점포면적 등을 종합해볼 때 한국의 적정 편의점수는 4만2700개라고 분석했다. 또 편의점 시장이 포화되는 시점은 점포수가 5만3800개에 도달하는 오는 2022년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전체 소매시장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이 8%를 웃도는데 한국은 아직 5% 수준"이라며 "편의점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 포화시점은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