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도 한 수 배우는 'K-배송'…코로나도 뚫었다

아마존도 한 수 배우는 'K-배송'…코로나도 뚫었다

장시복 기자
2020.04.19 09:00

[MT리포트-코로나공포 '셧다운'시킨 'K-배송']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공포에 전세계 곳곳에서 생필품 사재기가 발생하면서 한국의 배송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등 무한경쟁을 통해 구축한 세계 최고의 배송시스템이 전염병의 공포와 사재기를 '셧다운'시키면서다. 클릭 한번이면 몇시간만에 현관 문에서 주문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전세계 유일의 배송산업이 한국에서 꽃을 피운 원인과 배경을 분석해본다.
코로나19 관련 31번 확진자 발표 전후 택배 데이터/사진제공=CJ대한통운
코로나19 관련 31번 확진자 발표 전후 택배 데이터/사진제공=CJ대한통운

"아니, 천조국마저?"

지난달 13일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현지의 대형마트는 전쟁통을 방불케했다.

국방 예산만 연 1000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강국 미국에서 화장지·냉동식품을 먼저 사재기하겠다며 다투는 풍경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미국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아마존의 자체배송 서비스 '아마존 쉬핑'도 몰려드는 주문량을 견디지 못해 잠정 중단됐다.

영국·일본 등 코로나19 비상이 걸린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사재기 패닉이 일었지만, 한국은 예외적으로 평온했다. 우리 국민들의 성숙한 대응에 대해 해외에서 호평이 이어지자,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한국전쟁 이후 분단 상황,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등 굵직한 사태를 겪으면서 생긴 학습 효과로 의연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간 무한 경쟁을 통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K-배송'의 힘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민간 온·오프 유통 기업들의 자발적인 투자와 경쟁을 통해 배송(택배) 인프라가 전 국민에게 없어선 안될 필수 생활기간 산업으로 탄탄히 자리매김 한 점이 초유의 사태 속에서 빛을 발했다는 얘기다.

CJ대한통운이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 시기 자사 택배를 통해 배송된 상품 1억8000건을 분석한 결과, 생수·라면 등 비상 물품에 대한 '사재기성 주문'이 사흘간(2월 21~23일)간 '반짝' 발생했다.

쿠팡 로켓배송센터/사진제공=쿠팡
쿠팡 로켓배송센터/사진제공=쿠팡

그러나 이후 물품이 지속적으로 배송되기 시작하자 주문량이 줄어들면서 이내 진정세로 돌아섰다. 여기에는 안정적 택배 시스템이 한 몫을 했다는 평가다.

한국 고유의 사회·경제적 특수성도 K-배송 고속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빨리빨리' 문화, IT(정보통신) 강국 기반, 서울(대도시) 집중화 현상, '아파트 공화국'으로 촘촘히 균일화된 배송망, CCTV로 강화된 보안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하철 왕복 기본요금인 '2500원 배송료'만 내면 굳이 점포에 가지 않더라도 현관문 앞에서 편하게 배송박스를 받아 볼 수 있다.

지금과 같은 택배 서비스는 1990년대 국내에 등장했다. 지난해 18개 사업자를 통한 우리나라 전체 택배 물동량은 연간 27억8980만 상자에 이른다.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으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1인당 53.8개로 매주 1회는 택배를 이용하는 셈이다. 전체 택배기사는 약 5만명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이익률이 1% 안팎에 그치는 택배업체들은 배송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공회전 만하고 있는 상태다. "대중 교통비나 기름값을 따져보면 배송을 시키는게 낫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그 뒤에는 고강도 노동 환경도 기여했다.

최근 수년 동안은 아예 자체 배송 시스템을 마련하기도 했다. 쿠팡의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맨 6000명이 제공하는 로켓배송(주문 다음날 도착)이 대표적이다. 한달에 2900원만 자동이체하면 무료 배송 혜택(로켓와우)을 이용할 수 있어 파격적이다.

2014년 전국 쿠팡 로켓배송센터는 27개였는데 지난해엔 168개로 6배 증가했다. 올 2월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주도까지 전국구로 확대했고 오전 10시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오후  6시까지 배송하는 '로켓프레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연내 도입한다.

이제 배송 모델 진화 속도를 놓고 보면, 후발 주자 쿠팡을 '한국판 아마존'이라 하기보단 아마존을 '미국판 쿠팡'으로 불러야 할 판이다.

아마존은 미 대륙의 지역적 특성도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 물량 배송을 우체국이나 페덱스·UPS 등 택배업체에 위탁해왔다. '샛별 배송'으로 성장한 마켓컬리는 물류 자회사 '프레시솔루션'을 신선식품 전문 택배 사업자로 차별화 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최중범·한은영·이영종)은 △일반배송을 판매 업체가 제품을 발송한 다음 날 배달을 완료하는 기존 택배 서비스로, △빠른 배송을 즉시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과 같이 배달 속도를 개선한 배송 서비스로 각각 나눠 정의했다.

연구원은 "일반 배송으로 패션·생활 용품을 가장 많이 이용하지만 빠른 배송으론 식료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등 서비스별로 취급 희망 물품 종류가 달랐다"며 "빠른 배송이 일반배송을 대체하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으로 각각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택트 트렌드로 온라인 유통 산업의 고속 성장과 K-배송의 시장 확대 전망에는 거의 이견이 없다. 올 2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24.5% 증가한 11조9618억원이었다. 하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택배업계 1위 CJ대한통운 등은 배송료 인상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업계 출혈 경쟁으로 쉽지 않은 모습이다. 쿠팡도 혁신 유통 실험으로 지난해 매출 규모가 사상 최대 7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여전히 7000억원이 웃도는 영업 적자로 고심이 깊다.

이형민 성신여대 교수는 "유통의 혁신만큼 배송 차량이나 상자에서도 친환경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고도의 경쟁 속에서 택배 근로자들의 처우와 업무 환경도 중장기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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