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신명품시대①

"명품 or nothing". 경기가 침체 양상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명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4, 라네즈 네오쿠션, 현대카드, 헬리녹스 등의 공통점은 신명품 메종키츠네, 메종마르지엘라, 톰브라운 등과 협업 제품을 냈다는 것이다. 젊은 감성과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결합이다. '꾸꾸(꾸미고 꾸민)' 스타일을 추구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신명품'은 나를 위한 작은 사치로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탄생했다. 초고가의 기존 명품을 살 여력은 없지만 평범해지고 싶지는 않은 2030세대가 100만원 이하의 제품에서 만족감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보복심리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개인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에 영향을 받는 '소비 네트워크 효과'가 겹치면서 브랜드 양극화는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추세는 수입 의류에서 두드러진다. 의류 수입액은 사상 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의류 수입액은 10월 말까지 누적 107억달러다. 달러 강세에도 지난해 연간 수입액(108억달러)에 근접했다. 의류 수입액은 2018년 100억달러를 처음 돌파한 뒤 코로나19 여파에 2020년 93억달러로 움츠러들었다가 지난해 다시 100억달러를 재돌파했다. 110억 달러 신기록도 멀지 않았다. 2012년 수입액이 61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10년간 약 2배가 늘어난 셈이다.

신명품을 수입하는 패션사의 실적도 개선됐다. 신명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온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조4600억원, 영업이익은 1330억원이었다. 4분기는 성수기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5년 합병 이후 처음으로 매출 2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1010억원)을 넘어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조1230억원, 영업이익은 960억원이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920억원)을 뛰어넘었다.
실적은 수입 의류가 이끌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톰브라운 등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메종 마르지엘라, 마르니, 아크네 스튜디오 등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통상 신명품이 사업구조상 자체 브랜드 대비 이익률이 낮지만 수요가 폭증하면서 신상품의 정상가 판매율이 높아져 영업이익도 그만큼 늘어났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신명품을 공식 유통하면 패션기업의 위상이 올라가 자체 브랜드까지 수혜를 받는 효과가 있다"며 "어느 백화점에 입점할 지, 백화점 내 매장 위치, 판매 단가 등을 조율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사들은 병행수입을 통해서라도 인기 브랜드를 유치한다.

패션 시장에서 신명품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브랜드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도 해외 브랜드를 적극 끌어 들인다. 한섬은 올해 스웨덴 브랜드 아워레가시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성사했고 내년 상반기엔 수입의류 편집숍 브랜드 '톰그레이하운드'의 남성 전문 매장을 출시한다. 병행수입 시장도 커진다. 롯데쇼핑의 e커머스 사업부 롯데온, 신세계그룹 e커머스 플랫폼 SSG닷컴 등 온라인상은 물론이고, 면세점, 대형마트, 중소형 패션기업들까지 병행수입을 통해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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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신명품의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는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고 자라 돈을 버는 데도, 쓰는 데도 관심이 많다"며 "대내외 경제 불안 속에서도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소비는 줄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