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개인 간 중고 거래가 지난 8일 허용됐다. 1년간의 시범사업이지만 판매허가를 받은 사업자만이 팔 수 있던 건기식을 개인간에 거래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근과 번개장터에서만 거래할 수 있게 했고 거래 가능 제품은 △미개봉 상태 △제품 표시 사항(제품명, 건기식 도안 등) △잔여 소비기한 6개월 이상 △실온 또는 상온 제품으로 제한했다. 개인별 거래 가능 횟수는 연간 10회 이하, 금액은 누적 30만원 이하로 설정했다. 해외 직접 구매나 구매대행을 통해 국내에 반입한 식품도 거래할 수 없는 등 7가지 조건을 뒀다.
하지만 거래 첫날, 당근과 번개장터에는 이같은 기준을 지키지 않은 제품 판매 글이 수두룩했다. 기자가 판매 가능 조건을 따르지 않은 채로 홍삼 건기식을 판매하는 글을 올리자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의 메시지가 연이어 4건이 왔다. 한 구매자는 상세 정보를 묻지 않고 등록된 계좌 정보로 입금해 기자가 허겁지겁 거래를 취소해야 했다.
시범사업이고 거래 첫날이기에 어느 정도 혼선은 불가피하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건기식은 소비자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건기식 업계에선 건기식에 대한 소비자 신뢰 하락, 소비자 피해 우려 등의 이유로 개인간 중고거래에 반대했다. 담당 부처인 식약처도 같은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식약처는 7일 시범사업 실시를 발표하고 8일 바로 시행했다. 물론 식약처가 중고 거래 플랫폼들과 시범사업 준비를 수개월간 진행해 왔지만 정작 거래의 당사자들인 국민에게 알린 것은 시행 하루 전이다. 국민들은 어떤 제품들이, 어떤 기준으로 거래 가능한지 숙지할 시간도 없었다는 얘기다.
기자가 거래 기준을 지키지 않은 제품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순식간에 체결된 것은 구매자가 거래 불가능한 제품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연간 거래 가능 금액이 30만원 이하인데 '홍삼, 35만원에 팔아요'라는 글이 버젓이 올라온다는건 판매자도 거래가능 기준을 모르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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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와 중고 플랫폼이 수개월간 사전 작업을 했지만 당근과 번개장터는 거래기준을 지키지 않은 글의 게시를 사전에 제한할 시스템을 마련하지도 않았다. 거래 기준을 지키지 않은 판매 글이 확인되면 비노출, 삭제하는 사후 대응이다. 하지만 게시물이 수시로 올라오는 탓에 빠른 조치가 어렵다. 적발되기 전에 거래가 체결되면 끝이다. 기자의 판매 글도 게시된 뒤 6시간 반 뒤에야 삭제 조치됐다는 메시지가 왔다.
건기식의 중고거래는 지난 1월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가 식약처에 개선을 권고하면서 시작했다. 당시 국조실은 식약처에 상반기 중 시범사업 실시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권고했다. 아직 상반기 말까지는 2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어버이날을 의식한 듯 하지만 국민건강과 직결될 수 있는 사업을 이렇게 번갯불에 콩볶듯 시작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지금도 당근과 번개장터엔 거래기준을 지키지 않은 판매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