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신청서에 "국내 전략적투자자와 실사 진행 중" 적시
금융부채 동결 없었다면 지난 17일부터 '현금 부족'..5월말 7395억까지 확대 추정

홈플러스가 지난 4일 긴급 기업회생 신청을 하기 직전까지 기업형슈퍼마켓(SSM) '익스프레스'에 대한 '분리 매각'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업계에선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제시한 매각가가 1조원이 넘어 실제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이 낮단게 중론이었고, 인수 후보에 오른 업체들도 대부분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하지만 실제론 인수 후보자가 정해졌고, 실사 단계까지 진행하며 물밑으로 접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20일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절차 개시 명령 신청서'에 따르면 회사 측은 "슈퍼마켓 부분의 매각을 위해 현재 국내 전략적투자자(SI)와 실사를 진행 중"이라며 "슈퍼마켓 부문 매각으로 확보된 자금이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위해 필요한 시간 및 재원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적시했다.
앞서 MBK는 지난해 6월부터 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해왔다. 익스프레스 별도 실적이 2023년 기준 매출 1조3000억원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1000억원이라고 공개하며 희망 매각가를 1조2000억원대로 제안했다.
당시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를 비롯해 현대백화점(90,500원 ▼12,000 -11.71%)그룹, GS리테일(18,660원 ▼2,390 -11.35%), BGF리테일(111,900원 ▼7,600 -6.36%), 이랜드리테일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SSM 업계 1위인 GS리테일은 인수 후 경쟁사와 점유율 격차를 벌릴 기회였고, 다른 업체들은 기존 유통 채널 외에 신사업을 염두에 둔 행보란 분석도 뒤따랐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모두 인수설을 공식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홈플러스가 SI와 실사 단계까지 진행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오는 6월 초 공개될 기업회생 세부 계획에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단 점을 방증한단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인수 가격은 당초 논의한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측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기업회생이 개시된 만큼 매물 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MBK가 제안한 가격의 절반 이하여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을 사실상 회사 해체 수순으로 보고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노조측은 "점포 매각을 통한 일시적인 자금 확보는 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MBK도 기업회생 신청으로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은 어려워졌다고 선을 긋고 있다. 회사 측은 "상황에 따라 M&A(인수합병)를 시행해 새로운 지배구조를 정립하는 것도 합리성이 있지만, 이는 수많은 상거래채권자들에 대한 빚이 정리돼 채권구조가 단순화되고 영업 지속으로 소비자 신뢰가 유지된 상태에서 계속기업으로 존립할 것이란 합리적 전망이 확립된 이후 추구하는게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2월말 기준 금융채권자 외에도 직매입, 특정 매입 등으로 홈플러스와 연관된 거래처가 320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3월 중순경에는 현금 부족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이 됐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홈플러스가 추정한 일자별 자금수지계획에 따르면 기업회생 신청으로 금융채무가 동결되지 않았다면 지난 17일 184억원의 현금 부족이 발생하고, 이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5월말엔 이 규모가 7395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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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채무 원리금을 지급하지 않고, 단기 기업어음 상환을 유예하면서 회생계획 신청 20일 이전에 발생한 상품매입대금·영업비용 등 상거래채권을 상환하지 않는다면 홈플러스의 현금보유고는 이달 1일 1330억원에서 5월말 2779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측은 법원에 "많은 채권자가 법률상 회생채권으로 분류해 가는 것을 감당하기 힘든 반면 본래 금융채무를 상환하고도 남는 현금흐름을 창출했던 회사는 공익채권은 물론 상거래로 발생한 회생채권을 변제할 수 있는 현금흐름을 충분히 낼 수 있다"며 기업회생 개시 정당성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