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왜 금지하냐" 민주노총, 게시판 항의글 '실시간 삭제' 논란

"새벽배송 왜 금지하냐" 민주노총, 게시판 항의글 '실시간 삭제' 논란

유엄식 기자
2025.10.31 16:40

민주노총 "자유게시판 아니고 목적에 맞지 않은 글은 삭제 가능"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전국에서 약 2,026만 개의 소포우편물 접수가 예상되며 하루 평균 145만 개로 전년 설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전국 24개 집중국 및 3개 물류센터를 최대로 운영하고 운송 차량은 평시보다 약 33% 증차할 예정이다. 2025.01.21.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21일 오전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서 직원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를 분류하고 있다. 전국에서 약 2,026만 개의 소포우편물 접수가 예상되며 하루 평균 145만 개로 전년 설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전국 24개 집중국 및 3개 물류센터를 최대로 운영하고 운송 차량은 평시보다 약 33% 증차할 예정이다. 2025.01.21. [email protected] /사진=고범준

민주노총이 최근 정부와 택배 업계가 참여한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근로자 휴식 보장을 위해 새벽배송(0시~5시) 전면 금지 방안을 제안한 뒤 업계와 소비자의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지난 29일 이후 민주노총 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측은 "자유게시판이 아니다"란 이유로 실시간 삭제 조치하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제기된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식 홈페이지에 운영하는 '게시판 상담' 코너에 지난 29일 이후 '새벽배송 금지'에 항의하는 글이 수십 개 이상 게재됐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글들은 전날 오전부터 삭제되고 있다.

항의글에는 "너희들(민주노총) 마음대로 새벽배송을 중지시킨다고 게시판에 밤새 난리가 났는데 다 삭제됐다" "제발 해체하고 나라 전체가 잘 살자"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은 이 게시판에 대해 "자유게시판이 아니며, '부당한 권리침해 노동상담' 및 '노동조합 가입상담'을 위한 상담 게시판으로 목적에 맞지 않은 글은 사전고지 없이 삭제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 또 "비방을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거나 지속적이고 악의적으로 게시물을 게시하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썼다.

이 때문에 새벽배송 금지 항의글 삭제 조치는 글의 내용이 '목적에 맞지 않는 글'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 2000만명이 이용하는 새벽배송이 필수재로 거듭나는 상황에서 이런 목소리를 전면 차단하려는 움직임은 부적절하단 지적이 나온다.

지난 30일 민주노총 게시판에 올라온 새백배송 금지 관련 항의글. 개인사업자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사진=민주노총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30일 민주노총 게시판에 올라온 새백배송 금지 관련 항의글. 개인사업자가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사진=민주노총 홈페이지 갈무리

이는 새벽배송 금지 제안이 일부 택배 노동자 사이에선 '부당한 권리침해'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앞서 쿠팡노동조합은 민주노총의 새벽배송 전면 금지 주장과 관련해 "야간 배송 금지로 일자리를 잃은 배송기사들은 야간 물류센터나 간선기사 등으로 자리를 내몰릴 것"이라며 "모든 택배가 주간으로 몰리면 교통 체증은 물론 엘리베이터 민원 등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소비자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새벽배송 금지에 따른 후폭풍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와 함께가 한국소비자단체연합과 이날 공동 발표한 '택배 배송 서비스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벽배송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98.9%가 '앞으로 계속해서 새벽배송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새벽배송이 중단되거나 축소되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란 응답률은 64.1%로 그렇지 않을 것(9.4%)이란 응답률의 6배가 넘었다.

소비자들은 새벽배송을 중단할 경우에 가장 큰 불편을 겪는 것은 '장보기(38.3%)'라고 답했다. 이어 '일상생활(28.0%)', '여가생활(14.3%)', '육아 및 자녀 학업지원 (14.2%)', '반려동물 기르기(5.1%)' 순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주7일 새벽배송을 규제해 주5~6일 배송만 가능하도록 축소될 경우에도 '장보기(36.3%)'에 가장 큰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들도 성명서를 내고 새벽배송 금지 제안에 우려를 나타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심야배송 전면 금지로 소비자 불편과 사회적 혼란 초래가 우려된다"며 "계속해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고자 한다면, 이는 소비자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반발이 확산하자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아예 중단하자는 게 아니다"며 "심야 배송은 제한하고, 나머지 시간의 업무 효율을 높이자는 제안"이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오후 택배 사회적대화기구에서 쿠팡, 컬리, CJ대한통운, 한진 등 주요 택배사와 양대 노총, 국토부 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이 자리에서 이번에 민주노총이 제안한 "새벽배송 금지" 방안에 대한 업계 의견 교류가 있을 전망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