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제분업체의 밀가루 가격 인하 폭이 충분하지 않다며 추가 인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밀가루 가격 담합 조사 이후 일부 제분업체가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원가 하락분을 고려하면 인하 폭이 더 커야 한다는 것이다.
주 위원장은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에 밀가루 가격이 어림짐작해도 10% 이상은 하락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밀가루 가격을 담합 전 대비 최고 42.4%까지 인상한 제분업체들이 최근 가격을 5% 가량 인하한 것이 미흡하단 취지의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9일 CJ제일제당과 대한제분, 삼양사 등 7개 밀가루 제조 및 판매사업자들의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해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에는 가격 재결정명령을 포함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 제재가 임박한 시점에 제분업체들은 일제히 밀가루 가격을 인하했다. 공정위 조사가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설탕과 전분당(올리고당·물엿 등) 업체들도 일제히 가격을 내렸다.
공정위는 향후 가격 흐름을 계속 점검해나갈 방침이다. 주 위원장은 "(업체들이) 가격을 지속적으로 하락하도록 계속 모니터링 할 것"이라며 "설탕과 밀가루 가격이 하락하면 그와 관련된 식품 가공업체에서 추가적인 가격 인하가 이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차가 있을 테니 봐가면서 지속적으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는 민생 밀접 분야의 공정경쟁을 위한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주 위원장은 "식품·교육·건설·에너지 등 민생밀접 4대 분야에서의 가격 담합을 집중 점검하고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및 소비자 권익 증진 방안 마련에도 힘쓰겠다"며 "불공정행위에 대한 실질적 억제를 확보하기 위해 과징금 부과율 상한을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높이고 조사권 강화를 위해 조사 불응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조사에 불응하는 기업에 직전 사업연도 총매출의 최대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 개선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주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에 대한 폐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공정위 권한이 너무 크다며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든, 국민에 줘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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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위원장은 "원칙적으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게 맞다"며 "제 소신일 뿐만 아니라 대개 선진국들이 그런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는 "기업 부담이 발생하지 않게끔 우선 형벌조항을 다 정비해야 한다"며 "또 형사사법체계와 행정법 제재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가지 않게끔 운영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된다"고 답했다.
미국과의 통상 문제 우려가 제기되는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과 관련해선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갑을관계를 규율하는 '공정화법'만 우선 처리하겠단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측 반발이 큰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행위를 규제하는 부분은 제외한 일종의 절충안이다.
주 위원장은 "공정화법은 예정대로 추진해야 하고 독과점법은 지금으로선 (추진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공정화법은 경제적 약자 보호하는 법으로, 피조사 회사가 외국기업이든 한국기업이든 비차별적으로 적용한단 원칙만 준수하면 통상 이슈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가 불가능하단 지적에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현재까지 영업정지의 법적 요건인 개인정보 도용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영업정지 가능성이 불분명한 것은 맞지만, 추후 정보 도용 및 재산상 손해 발생 여부가 확인되면 영업정지를 포함한 조치가 가능하다는 게 공정위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