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쌤(선생님) 650점이 뭐예요. 저는 730점인데 이겼다, 이겼어!"
"공부를 이렇게 잘해봐라!(웃음)"
선생님과 학생들이 책이 아닌 '고무 망치'를 들고 튀어나온 원판를 힘껏 내리쳤다. 또 다른 공간에선 목청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는 학생들도 목격할 수 있었다. 건물 외관만 보면 학원 같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이곳엔 지루한 '수학 공식' 대신 스트레스를 날리는 '빠삭 공식'만이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복판에 문을 연 롯데웰푸드(117,000원 ▲3,300 +2.9%)의 '크런키 스트레스 타파 학원' 팝업스토어의 풍경이다.
4일 오후 4시쯤 휘문고 1학년 학생들이 담임 교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개학 직후라 비교적 여유가 생긴 틈을 타 선생님이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 체험을 마친 뒤에는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새 학기를 기분 좋게 시작할 추억을 남겼다. 아이들은 "개학해서 너무 슬펐는데 개학 스트레스 다 날리고 가서 좋다"고 웃었다.

앞선 오후 2시 무렵에는 인근 학원 강사들이 단체로 방문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기 전이라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였다. 학원 강사 김모씨는 "어제 학원에 온 애들이 이런 게 생겼다고 알려주더라"며 "궁금해서 동료 강사들과 왔는데 생각보다 잘 만들었다. 애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했다.
이번 팝업스토어의 주인공은 단연 '크런키'다.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물 때 나는 특유의 식감에서 착안해 학업 스트레스를 '빠삭' 날려버리자는 메시지를 공간에 녹였다. 곳곳에 사인·코사인 같은 수학 공식이 적혀 있고 낙서 가득한 칠판도 있어 순간 진짜 학원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로그램은 학원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스매쉬·샤우팅·원샷' 3교시 체험형 수업으로 구성됐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 공간은 '스매쉬'다.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망치 기계를 내려치며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 학생들은 함께 온 친구들과 점수 내기를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독자들의 PICK!

이어지는 '샤우팅'은 방음 부스에 들어가 100데시벨 이상 소리를 지르면 된다. 민망해할 틈도 없이 밖에서 진행 요원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라고 북돋아 준다. 덕분에 학생이든 강사든 마음껏 고함을 지르고 나온다. 마지막 '원샷' 클래스 포토부스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나오면 크런키 선물 꾸러미가 기다린다.
롯데웰푸드는 이번 팝업을 준비하며 우려가 적지 않았다. 교육열로 뜨거운 대치동 학원가에 입지한 만큼 학교·학원·학부모의 부정적인 반응을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대치동에서도 고3 수험생 학원이 몰린 구역보단 초·중등학생 유동인구가 많은 구역 인근으로 자리를 잡아 리스크를 줄였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왜 이렇게 짧게 하느냐, 아쉽다"라는 이른바 '기분 좋은 민원'이 들어온다. 폭력적이지 않은 수준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오락을 차용했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다. 맘카페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며 매일 1000명 넘게 방문하고 있다. 개학을 맞이하면서 방문자 수는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웰푸드는 이번 팝업스토어를 통해 10대 학생들에게 '크런키'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꾸준히 판매되는 스테디셀러지만 유행 주기가 짧은 10대 간식 시장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인식시키려는 전략이다.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성수동보다 10대 학생들이 몰려있는 대치동을 택한 이유기도 하다.
이번 팝업은 오는 9일까지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운영된다. 대치동 학원가 곳곳에 '크런키 스트레스 타파 학원' 포스터와 팝업스토어를 홍보하는 2층 버스까지 마련해 진짜 학원을 개원한 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주목도를 높였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대치동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학생들이 잠시라도 웃고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며 "크런키의 바삭한 식감처럼 스트레스도 가볍게 털어내는 경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