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행사서 해외 브랜드 가품 의혹
'진품 이미지' 악용… 패션업계 골머리

최근 병행수입을 내세운 패션 브랜드 짝퉁 유통이 확산하면서 패션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병행수입'이라는 표현만으로 정품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점을 악용한 판매 방식이 늘면서 브랜드 신뢰도는 물론 소비자 피해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브랜드의 경우 국내 사업자가 즉각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여서 업계는 모니터링 강화와 해외 본사 공조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병행수입은 국내 공식 수입사가 아닌 개인 사업자가 해외에서 정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이다. 다만 병행수입이라는 말이 제품의 진위를 보증하는 건 아니다. 업계에선 일부 판매업체들이 정품 여부에 대한 설명 대신 병행수입이라는 표현으로 소비자가 정품으로 오인하도록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논란은 최근 서울 광진구에 있는 중견 쇼핑몰 엔터식스에서 열린 고별 할인 행사에서 불거졌다. 행사장에선 메종키츠네, 아미, 꼼데가르송, 나이키, 뉴발란스, 폴로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이 시중보다 크게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티셔츠 기준 20만원이 넘는 이들 브랜드의 제품이 행사장에선 5만원 안팎에 판매되면서 SNS를 중심으로 가품 의혹이 제기됐다.
행사 주관사인 의류 중개업체 타임리퍼블릭은 정품 여부를 묻는 소비자들에게 "병행수입 제품"이라는 설명만 반복했고 짝퉁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정품을 입증하기보다 환불이 가능하다는 안내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터식스는 행사 장소만 대여했을 뿐 행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병행수입을 앞세운 짝퉁 유통이 잇따르면서 패션업계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짝퉁으로 의심되는 상품이 시중에 대규모로 유통된 정황을 확인하고 법무법인과 모니터링 업체와 협업해 브랜드 본사의 대응을 돕고 있다. 의심 상품을 구매해 유통 경로를 확인하고 판매 규모가 큰 업체에 대해선 본사를 통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외 브랜드는 국내 업체로선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업계의 고민이다. 국내 브랜드는 짝퉁을 발견하면 즉시 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지만 해외 브랜드는 저작권을 보유한 본사가 대응해야 하는 구조다. 직진출 브랜드가 아닌 이상 국내에서 사업을 맡고 있는 기업이라도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온·오프라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오픈마켓과 SNS 등 주요 판매 채널을 모니터링하며 짝퉁 유통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의심되는 판매가 확인되면 플랫폼과 협력해 판매 중단을 요청하거나 상표권 침해 신고 등 지식재산권 보호 절차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짝퉁이 정교해져 외관만으로 판별하기 어려운 만큼 공식 판매처를 통한 구매와 제품 정보 확인을 가장 중요한 정품 확인 방법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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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병행수입이라는 용어가 소비자 신뢰를 얻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짝퉁 판매업체들이 병행수입이라는 말에 책임을 돌리는 등 법망의 허점을 이용해 대형화, 조직화하는 양상이 확인되고 있다"며 "최근 엔터식스와 같은 오프라인뿐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에서도 광고를 통해 구매를 유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되는 저가의 위조품은 대부분 재질, 봉제 등이 정품과 확연히 달라 쉽게 알 수 있다"면서 "SSF샵과 같이 공식 유통권을 가진 곳에서 구매하는 것이 안전한 구매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