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글로벌 재정위기와 부동산시장

[MT시평]글로벌 재정위기와 부동산시장

이용만 기자
2011.08.18 08:15

시장(market)을 이길 장사는 없다. 부동산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글로벌 재정위기로부터 우리나라 경제가 자유로울 수 없듯이 부동산 역시 이런 시장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일탈한 자금들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 같은데, 이는 헛된 꿈일 뿐이다. 부동산은 금융자산 못지않은 위험을 안고 있어 안전자산이라고 말할 여지가 없다. 특히 시장이 요동칠 때는 자산의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데, 부동산은 유동성 측면에서 젬병이나 다름없다.

남유럽과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재정위기는 1~2년 사이에 생긴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의 재정위기 문제는 오래 전에 이미 노정된 것으로, 2008년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 위기가 증폭되면서 S&P가 위기의 방아쇠를 당겼을 뿐이다.

선진국의 재정위기는 축적과정이 오래된 만큼 해결과정 또한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성장을 통해 세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 시나리오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성장을 통해 재정적자를 축소할 수 있다면 재정적자를 위기라고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결국 선진국들은 어느 정도 긴축을 통해 재정적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선진국들의 부채조정 과정이 고통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이에 대비해 내수를 키워야 한다고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속도라던가 노령화에 대비한 저축확대의 필요성을 고려한다면 이 또한 난망한 일이다. 기대하는 것이라고는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신흥대국들이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을 지속해 나가는 것인데, 과연 이런 몇몇 나라가 세계경제의 최후보루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글로벌 재정위기의 해결과정은 지루한 장기전이 될 것이고, 그 와중에 우리 경제는 희망과 절망을 번갈아가면서 맛볼 것이다. 외부충격에 의해 우리 경제의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체력을 유지해 외부 충격이 내부의 위험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동산시장은 우리 경제의 잠재적인 위기촉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이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비추어 볼 때 외부충격에 의해 부동산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 이것이 대규모 가계부실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은 기초체력이 매우 약한 상태다. 특히 주택시장은 다른 부문과 달리 2008년 금융위기의 충격으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당장 미분양주택 동향만 보더라도 주택시장의 취약성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국토부가 발표한 6월 미분양주택 현황을 보면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미분양주택 수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르면 추세 전환처럼 보인다.

사실 정부는 부동산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도 바라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런 정부의 입장은 정책적으로 적절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 바람에 부동산시장, 특히 주택시장의 체력회복은 매우 더디게 이뤄져왔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외부충격이 닥친 것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가격상승 위험이 아니라 가격하락 위험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되어 있다. 외부충격이 내부의 위험을 촉발해 불길이 내부로 번지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동안 미루어왔던 규제완화를 촉진하고 실효성 없는 지원대책들은 재검토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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